윤기설 경제학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윤기설 경제학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노동조합이 회사의 주요 생산시설을 불법점거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쳐도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란봉투관련법은 모두 6건이 발의된 상태인데 이 중에는 폭력·파괴 행위가 있어도 노조의 의사결정에 따른 경우라면 손해배상·가압류를 할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야당은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면죄부를 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법이 합법적 쟁의행위를 너무 좁게 보기 때문에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야당은 노조 불법파업은 회사가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일들을 평상시에 하지 않기에 발생한다는 억지논리까지 펴고 있다. 

하지만 불법파업은 노동기본권 확보차원 보다는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그동안 우리나라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세력은 비교적 처우가 좋고 기본권이 보장된 민주노총 소속의 대기업 정규직 노조들이다. 이들은 합법,불법 가리지 않고 무리한 요구사항을 얻어내기위해 강경투쟁을 벌여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의 불법 행위에 면책특권을 주는 것은 불법파업을 법으로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야당의 정신적 지주인 노무현 정권때도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선 손배‧가압류 등 경제적 제재로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노동자들의 불법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 등으로 형사처벌하는 것보다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노동인권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라는 취지에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들도 정당성을 결여한 노조 파업에 대해 형사처벌보다 민사책임을 지울 것을 주문하고 있다. 불법파업에 대한 면책특권을 주는 법치파괴행위는 우리나라에서나 나올수 있는 발상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강성노조의 극한투쟁이 격화돼 노동현장은 ‘파업천국’으로 변해 국가경제와 기업의 생산활동은 크게 악화될 것이다. 불과 몇년전까지 기승을 부렸던 노조의 기물파손, 화염병 볼트너트 투척,크레인 고공농성, 회사임원 폭행 등 과격행위가 그나마 줄어들 수 있었던 것은 손해배상 책임을 의식한 때문이다. 

야당이나 노동단체 입장에서는 손해배상 청구가 노동천국을 가로막는 애물단지로 인식되겠지만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는 민생경제와 기업 생산활동의 파괴를 막아주는 법치국가의 당연한 법적 보호장치다. 

헌법이 보장한 기업의 재산권까지 침해하면서 노조의 불법행위를 보호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은 법상 상한선을 정해놓고 있지만 노조의 면책 요건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영국에선 불법파업이 벌어질 경우  해고되는 사례가 많아 실제 불법파업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노조 활동에 관대한 프랑스에서도 1980년대 비슷한 법이 만들어졌다가 위헌 결정을 받아 폐기됐다. 

선진국에선 오히려 불법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 미국 뉴욕 대중교통노조(TWU)가 2005년  임금 24% 인상(3년치)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을 때 뉴욕시의 대응이 대표적인 사례다.

 뉴욕대중교통공사는 필수공익사업장이어서 파업이 불가능한데도 불구 파업이 벌어지자 뉴욕시는 즉각 법원에 파업금지 가처분 및 벌금부과신청을 냈고 법원은 신청을 받자마자 심리에 착수, 노조 파업 하루당 100만달러의 벌금을 물렸다. 법원은 이와별도로 파업노조원 전원에게 파업일수 하루당 이틀치의 임금을 내도록 명령했다.

 350만달러의 파업기금을 보유하고 있던 TWU는 거액의 벌금형을 받자 3일만에 백기투항하고 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불법파업으로 혹독한 댓가를 치른 TWU에서는 지금껏 파업은 목격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법 파업으로 기업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어도 파업사태가 끝나면 없었던 일로 해주는 경우가 많아 불법파업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반 시장적, 반 헌법적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야당의 막가파식 행태가 안타까울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