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전남 작가의 '당신의 얼굴을 빌려주세요(Lend Me Your Face)' 작품
하전남 작가의 '당신의 얼굴을 빌려주세요(Lend Me Your Face)' 작품

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이종구)이 운영하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9월 30일부터 11월 27일까지 개최하는 『코리안 디아스포라–한지로 접은 비행기』 기획전시를 다녀온 후 느낀 감동을 공유하기 위해 소개해 본다.

인천광역시가 ‘한국 공식이민 12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주최하는 전시회는 디아스포라의 ‘타의에 의한 강제 이주’의 의미부터 ‘자발적 이동’이라는 현재적 의미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출품작들은 ‘모국에 대한 문화적 기억’, ‘정치적 혹은 사회적 우려와 연민’, ‘개인 혹은 집단의 슬픔과 그리움’, ‘역사에 대한 분노와 고발’ 등 다양한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또한, ‘정체성’ 문제에 천착하여 ‘타자(성)’과 ‘마이너리티’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작품들도 많다. 

◆하전남, 작품과 퍼포먼스로 느낀 “'디아스포라' 감상적 분석과 아련한 슬픔의 이중주”

출품작 중 재일교포 3세 하전남 작가의 '당신의 얼굴을 빌려주세요(Lend Me Your Face)' 와 '일본에서 태어난 나의 머리카락을 잘라주세요(Cut My Hair, Born in Japan)'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당신의 얼굴을 빌려주세요' 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개성적인 시각에 투영되는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역설적으로 해석해 호기심과 흥미를 자아내게 했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빌려 거기에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 모습으로 재일교포인 작가가 일본에서 외국인 아닌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특수한 현실을 표현해 관람객들에게 공감과 설득력을 주고 있다.

하전남 작가의  '일본에서 태어난 나의 머리카락을 잘라주세요(Cut My Hair, Born in Japan)' 작품/사진촬영 최철림, 출처=인천아트플랫폼
하전남 작가의 '일본에서 태어난 나의 머리카락을 잘라주세요(Cut My Hair, Born in Japan)' 작품/사진촬영 최철림, 출처=인천아트플랫폼

전시 개막행사로 지난 달 30일에 진행된 하전남 작가의 '일본에서 태어난 나의 머리카락을 잘라주세요'의 오프닝 퍼포먼스와 작품은 관객들이 작가의 퍼포먼스 중 직접 작가의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행위에서 호기심을 넘어 충격과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관객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려고 했더니 그 대상자가 일본에서 태어난 교포인 사실을 알고 참여하는 관객들이 무엇을 생각하며 느끼는 감정을 궁금해 하며 무방비한 상태로 누워 머리카락이 잘리는 동안 외국으로 나간 교포들을 상상한다고 작가는 고백하고 있다.

퍼포먼스 후 하전남 작가의 잘라진 머리카락이 몸과 분리되어 떨어져 나갔지만 암환자에게 기부되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을 예정이라는 의미에서 외국으로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운명적으로 이민간 교포처럼 다른 그 곳에 새 생명으로 재탄생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해 관객에게 감동과 함께 디아스포라에 대한 정의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특히 '일본에서 태어난 나의 머리카락을 잘라주세요' 작품에서 관객에 의해 잘라져 작가의 몸에서 분리된 머리카락은 유배되어 바깥으로 흩어진 유대인들이나 유대인 공동체를 총칭하는 '디아스포라'의 어원처럼 타의에 의해 한국을 떠난 입양아와 작가처럼 외국에서 태어난 교포들의 운명처럼 자신의 국적에 대한 정체성(identity)과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연상시켜 '당신의 얼굴을 빌려주세요' 작품을 함께 감상한 후 이유를 알 수 없는 아려한 슬픔까지도 느끼게 했다.

◆글렌 모리, 줄리 모리 '우리가 잃은 것들(Given Away)' 영상이 던지는 충격과 감동 

글렌 모리, 줄리 모리 '우리가 잃은 것들(Given Away)' 영상 작품
글렌 모리, 줄리 모리 '우리가 잃은 것들(Given Away)' 영상 작품

이번 전시회를 총괄 기획한 이태호 감독은 현재 20만 명을 넘어선 ‘해외 입양’을 한국만의 독특한 디아스포라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면서 그 아픈 과거를 껴안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발언처럼 '우리가 잃은 것들(Given Away)' 디지털 영상이 관객에게 전하는 메세지의 감동은 충격을 넘어서 가슴시린 슬픔을 느끼게 한다.

한국인 입양아 글렌 모리와 그의 아내 줄리 모리의 '우리가 잃은 것들' 작품은 뉴옥 단편 다큐멘터리 필림에 수여하는 옵독스(Op-Docs)상 수상작인 사이드바이사이드 프로젝트(The Side by Side Project)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잃은 것들'은 그중 미국과 호주로 입양된 한국인 6명이 외국에서의 이방인으로서 '디아스포라' 삶의 고백이다.

이들 6명의 입양아들은 버려짐, 단념, 사랑, 상실, 트라우마와 회복, 재결합 등 답을 얻지 못한 아니 얻을 수 없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접하면서 감동을 느낌과 동시에 '입양' 이라는 슬픈 사연에 아픔을 공유하게 됐다.

작품 속 영상에서 한국인 여성과 미군 사이에 태어난 혼혈 여성은 자신의 생모가 기지촌 여성이었음을 밝히며 “입양아가 가장 기본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무엇가를 잃었다(Given Away)”라고 고백했다.

특히 그 여성은 “수십년 한국의 주요 아동 수출은 실제로 우리들(혼혈아) 때문에 해외입양이 시작됐다” 며 “한국의 입장에서는 자신이(혼혈아) 치워야 할 인간쓰레기같은 존재였을 것이다”고 말해 관객으로 하여금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또 중년의 남성은 ”자신이 입양된 곳은 미국 중서부 '위스콘신'주였다”며 그 당시 동양인을 주위에 만날 수가 없었던 경험을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온 화성인이었다고나 할까”라며 은유적인 웃픈 표현으로 공감을 불러 일켰다.

작품 속 영상에서 한국에 태어난 지 3일만인 1974년 1월 5일 신생아로 버려진 장소를 성인이 되어 다시 찾은 여성은  “그 추운 겨울날 혼자 대문 앞에 버려진 모습이 떠올라 너무나 큰 슬픔에 빠지게 되었다”고 말해 아프게 눈물짓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미국으로 동생과 함께 입양되어 한국을 찾아 이복동생을 만난 한 남성은 아버지가 평생 자신을 입양보낸 사실을 슬퍼하며 술을 마시면 자신과 동생의 이름을 목놓아 불러 자신의 존재를 알았다는 이복동생들의 말에 “자신이 자식을 키우는 아빠가 되어보니 (아버지가)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젠 괜찮아요”라고 자신의 아버지를 용서하고 이해했음을 밝혀 아픈 감동을 자아냈다.

한편, 전시 작품중에는 8명의 참여 작가 중 4명이 미국, 프랑스, 덴마크 등 해외로 입양되어 예술가로 성장했다. 이들의 전시 작품에는 ‘정체성’의 문제와 더불어 ‘디아스포라’의 다층적 의미가 담겨 있다. 또 해외에서 활동했던 백남준 작가의 '나는 이 곡을 1954년 도쿄에서 썼다' 등도 직접 관람할 수 있어 가을을 맞아 차이나타운 옆의 인천아트플랫폼에서의 전시회 관람은 몸과 마음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