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빛비즈 제공
사진=한빛비즈 제공

지름 4센티미터, 두께 1센티미터의 크기(일반적 규격)에 100여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손목시계에 대한 입장은 다양하다. 

스마트폰 세대들은 "요즘 누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해?"라며 스마트워치를 고집하지만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오래된 손목시계로 세대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남자의 패션은 시계로 완성된다'며 손목시계를 시계가 아닌 자신의 권위를 상징하는 장식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명품 손목시계를 구매하려  '밤샘 줄서기'를 마다 않는 진풍경도 낮설지 않다. 

온 종일 나와 함께하며 일상의 시간 관리를 이끌어 주는 작은 물건, 기원전 3000년에 탄생해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를 거듭해 온 '반려 도구', 이제는 디지털 기기에 밀려 실용성 보다는 감성의 가치를 더 인정받는 것이 바로 손목시계다. 

신간 '손목시계의 교양'(한빛비즈 )은 작지만 위대한 도구인 손목시계의 세계를 탐험한 책이다. 

이 책은 인류가 시계를 발명한 고대부터 오늘날의 스마트폰 시대까지 '시간을 다룬 도구의 시간사'를 소개한다. 시계의 브랜드 가치나 가격 등이 아니라 시계와 시간을 둘러싼 문화와 그에 얽힌 사람들, 그리고 시계 기술과 명품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정보와 감상법까지 '교양으로서의 시계'를 이야기한다. 

시계의 역사는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에서 발명된 해시계에서 시작됐다. 이어 13세기 유럽에 교회의 탑시계가 등장했고, 17세기 말 부품과 장치가 소형화된 회중시계를 거쳐, 20세 초 지금의 손목시계 형태로 진화했다. 

손목시계는 정밀도, 디자인, 착용감 등을 높이기 위해 오랜 세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과정에서 부품의 수 보다 몇 배, 몇 십배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계 전문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 시노다 데쓰오는 이 책을 통해 5000년이 넘는 시계의 역사에 새겨진 사건, 인물, 기념비적인 기술과 도시, 시계에 관한 모든 지식을 소개한다.  

이 책은 △시계의 역사학 △시계의 문화학 △시계의 상식학 △시계의 감상학 △시계의 기술학 △손목시계 브랜드 30선 등 총 6개 파트로 구성돼 있다.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여 고립된 스위스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시계 강국이 되었는지, 퍼페추얼 캘린더·미닛 리피터·투르비용 등 3대 복합장치로 불리는 초고도 시계술은 어떻게 개발되었는지, 최초의 손목시계는 여성의 필요에 의해 탄생했고 남성용은 전쟁 때문에 등장하게 됐다는 등등 우리가 궁금했던 시계 지식이 각 파트마다 빼곡히 펼쳐진다. 

이 책에는 또 다이얼, 인덱스, 시곗바늘, 케이스, 스트랩 등 시계 사양에 대한 상식도 정리돼 있다. 

"시계의 역사는 인간이 지닌 지적 호기심의 역사이며, 시계를 안다는 것은 인류가 터득한 지혜의 역사를 배운다는 뜻"이란 저자의 말을 기억하며, 30개의 유명 시계 브랜드를 소개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을 때 즈음이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마음에 드는 괜찮은 시계 하나쯤 갖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