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윌북 제공
사진=윌북 제공

빅데이터와 지리학이 만나 우리가 사는 세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그래픽 지도책이 등장했다. 출판사 윌북이 펴낸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이 그것이다. 

'세상을 읽는 데이터 지리학'을 표방하는 이 책은 지도 제작자이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지리 정보학 교수인 제임스 체셔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수석 디자이너 올리버 우버티가 공동 저자다. 출판사에 따르면 이들은 4년의 제작 과정을 거쳐 책을 완성했으며, 이 책은 2021년 북미와 영국 지도 제작상 4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이 책은 그동안 보아왔던 위치 기반의 지도에 각각의 아이템별 빅데이터를 그래픽으로 재탄생시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총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저자들은 세계의 수많은 움직임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크고 작은 패턴을 가장 효과적인 지도의 형태로 가공해 펼쳐놓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35~37쪽. 사진=윌북 제공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35~37쪽. 사진=윌북 제공

책 내용 중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증언을 따라 만든 ‘구술 이동 지도’를 들여다보면 당사자의 내밀한 기억과 역사적 박해가 교차하는 거대한 흐름이 한눈에 펼쳐지고, 베트남전쟁 비밀작전 경로를 촘촘히 표시한 지도는 닉슨 대통령과 미국의 기밀을 드러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142~144쪽. 사진=윌북 제공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142~144쪽. 사진=윌북 제공

노예무역의 시작과 끝 장소를 매치한 그래픽을 따라가면 어느덧 눈앞에 거대한 공모의 실상이 형체를 드러내고, 이산화질소의 분포를 나타낸 지도를 보면 배기가스를 더 많이 뿜어내는 산업과 나라를 또렷하게 볼 수 있다. 해수면 변화를 시계열로 겹친 지도는 마치 침몰하는 섬을 표현한 그림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110~111쪽. 사진=윌북 제공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110~111쪽. 사진=윌북 제공

이 책은 또 DNA 흔적으로 과거 인류의 이주 흐름을 쫓는가 하면, 휴대전화 신호로 오늘날 인구의 이주 흐름을 보여준다. 세계인의 국가별 행복과 불안 수치가 눈앞에 나타나고, 기후 온난화가 허리케인부터 메카 순례까지 어떻게 세상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지 드러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성과 이름을 도표화하여 지리적으로 영향을 받은 작명 문화의 영역을 보여주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은 이처럼 60여 개의 컬러 지도에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담았다. 또한 2차원의 지도 위에 3, 4차원의 현실을 효과적으로 펼쳐놓기 위해 동원한 다양한 방법론을 책 말미 부록에 실어 독자들의 지리와 지정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데이터와 지도 해석력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능력"이라는 저자들의 말처럼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은 세계의 진실을 마주하고, 인류의 흐름에 대한 지정학적 통찰과, 데이터를 해석하는 힘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