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명출판 제공
사진=소명출판 제공

일본 근현대 시인들은 일제강점기 때 한국과 일본과 중국에서 인내를 강요받으며 살아야만 했던 한국인을 어떻게 시로 표현했을까.

당시 고통 받는 한국과 한국인을 대상으로 일본 시인들이 발표한 시 작품들 중에는 한국인을 지나치게 비하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휴머니즘적 관점이나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한국을 노래하며 작품을 남긴 시인들도 다수 있었다. 

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오석륜 시인(번역가 겸 칼럼니스트)은 최근 펴낸 '일본 시인, '한국'을 노래하다'(소명출판)를 통해 일제강점기때 일본의 유명 시인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대상으로 쓴 시를 분석했다. 

오 교수에 따르면 당시 일본 시인들이 발표한 작품의 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작품들은 한·일 양 국민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연구 대상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 책에 대해 '매우 중요한 성과물이며, 획기적인 시도'라는 평가가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일부 시의 경우, 텍스트가 오래되어 원문을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아 이러한 시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은 큰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이 작품의 성격상, 한국이나 한국인을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쓴 것과 함께 보편적 가치나 객관성을 추구하는 것을 텍스트로 삼아, 그 의미구조를 풀어내는 데 주력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 작품은 당시 지식인이었던 일본 시인들이 일제를 겪으며 살핀 중요한 시적 사유의 결과물이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총 14명의 시인과 30여편의 시와 3편의 수필을 다룬 이 책은 작품의 성격에 따라 1부와 2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경주 불국사를 절창했던 미요시 다쓰지(三好達治)를 비롯해, 마루야마 가오루(丸⼭薰), 나카하랴 츄야(中原中也), 무로 사이세이(室⽣犀星)와 같은 서정시인의 한국 관련 작품이 자리 잡고 있다.

제2부에는 일본 프롤레타리아 시인이 노래한 ‘한국’으로, 주로 프롤레타리아 작품들이 거론된다.
일제하 반식민지 투쟁의 성격을 갖는 시 '간도 빨치산의 노래'를 쓴 19세의 청년 시인 마키무라 히로시(槇村浩)의 작품을 비롯해, 오구마 히데오(⼩熊秀雄), 나카노 시게하루(中野重治), 오노 도자부로(⼩野⼗三郞), 이토 신키치(伊藤信吉), 우치노 겐지(内野健児), 사타 이네코(佐多稻⼦), 기쿠오카 구리(菊岡久利), 이토 게이이치(伊藤桂⼀) 등의 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당시 일본에서 활동하며 프롤레타리아 시를 써서 일본인 평자들로부터 주목받았던 한국인 시인인 김용제와 김병호의 관련 작품도 분석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일 관계는 여전히 불편하다. 이제 조금씩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조짐을 보일 뿐이다.

저자 오석륜은 이 책의 출간 의의에 대해 "기존에 행해왔던 한·일간의 역사적 연구나 정치적, 사회적 관심에 더하여 문학적 공감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고 자평하며 "양국의 발전적 관계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석륜 교수. 사진=본인 제공
오석륜 교수. 사진=본인 제공

지은이 오석륜은.

충북 단양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대구 대건고와 동국대 일어일문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했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일본 근현대문학(시).

현대인재개발원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인, 번역가, 칼럼니스트 등, 인문학 관련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이며, 정부 여러 부처의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종달새 대화 듣기', '사선은 둥근 생각을 품고 있다' 등 시집과 함께 '미요시 다쓰지三好達治 시를 읽는다', '일본어 번역 실무연습', '한국사람 다치하라 세이슈'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를 출간했다. 이와함께 일본문학과 관련한 많은 논문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