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왼쪽부터 순서 대로).(사진=각 사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왼쪽부터 순서 대로).(사진=각 사 제공)

'미스터 에브리씽'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기점으로 재계 안팎에서 '제2의 사우디 특수' 기대감이 만발할 조짐이다. 이에 재계의 움직임도 분주한 모습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을 비롯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델호텔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잇달아 만나, 현지 사업 진출 및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이들은 빌 살만 왕세자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는 물론 △신재생 에너지 △ICT 및 미래 항공 모빌리티(AMM)·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신기술 △방산△'탈석유' 경제 등이 담긴 ‘비전 2030’ 사업 협력 및 투자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인프라 및 건설, 디지털, 바이오 분야 역량을 통해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비전 2030’ 계획의 5대 중점 협력국으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양측이 네옴(NEOM) 시티나 홍해 프로젝트 등 국가적 인프라 건설 협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코로나로 위축된 양국 투자환경에 큰 활력을 제고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날 대한상의와 사우디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연 ‘한-사우디 비즈니스 카운슬'에 김동욱 경협위원장 대행(현대자동차 부사장)을 비롯해 안재현 SK디스커버리 총괄사장, 안재훈 SK바이오사이언스 부사장, 우권식 현대중공업 상무, 박태영 효성중공업 상무 등 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관심을 드러냈다. 

이미 사우디는 한국 정부 및 삼성 등 민·관과 300억달러(약 40조2000억원) 규모 총 26건의 투자·업무협약(MOU)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삼성물산의 모듈로(조립식) 건립 사업▲현대로템의 네옴시티 철도 및 공장 건설 ▲롯데정밀의 석유화학 사업 ▲DL케미칼의 사우디 합성유 공장 건립 관련 협력 사업 등이 포함됐다.

특히 총 사업비만 한화로 약 650조원 안팎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관련 논의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빈 살만이 지난 2017년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추진하기 위해 만든 국가 장기 프로젝트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으로, 규모 만 서울의 44배에 달한다. 해당 사업에는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은 건축 및 토목, 사물인터넷(IoT)·5세대 무선통신(5G)·인공지능(AI) 등 IT 사업에, 현대차그룹은 미래형 도심 항공 모빌리티(AMM) 및 도심항공교통(UAM), 수소·전기차, 철도 사업 참여를 노리고 있다. 또, SK는 수소 및 에너지에, 한화그룹은 UAM과 태양광 등 에너지, 방산 관련 사업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전력, 포스코,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현지에서 석유화학 프로젝트, 수소·암모니아 발전 사업, 단조 공장 건설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또, 에쓰오일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과 EPC 계약 맺고 울산에 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 건설을 추진한다. 에쓰오일의 대주주는 사우디 최대 국영기업인 아람코다. 이 회사의 대주주는 다름 아닌 빈 살만이다.  

다만, 재계 일각에선 지난 2019년 빌 살만 방한 때 민관이 10개 분야 총 83억 달러 규모의 MOU 계약을 맺었으나, 현재까지 석유화학과 정유 사업 정도에서만 사업 진척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현지 사업 참여에 신중을 기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요즘 수출 부진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뉴스에서 '제2의 중동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사우디와의 협력은 가뭄 속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네옴시티 관련 인프라 건설 등은 물론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예상된다"며 업계 내 기대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