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설 경제학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윤기설 경제학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본격 시동을 걸었다. 윤정부의 자문그룹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어제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주 단위에서 연 단위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또한 연구회는 그동안 노동단체의 거센 반발로 손을 대지 못했던 파견제도 개선,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주휴수당 문제 등도 개혁과제에 포함시켰다. 
  
연구회는 이날 1주 최대 12시간 한도로 제한하고 있는 근로시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까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컨대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간으로 결정할 경우 2개주는 근무시간을 60시간씩 하고 다른 2개주는 44시간씩 근로를 하면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이어서 괜찮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감이 늘어도 생산시설을 제대로  돌리지 못했던 기업들의 생산활동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연구회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가 분기 이상으로 길어질 경우 장시간 연속근로의 부담을 줄이기위해 기간의 길이에 비례해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을 감축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연장근로시간 한도는 1주에 12시간, 한달(4.34주)에 52시간이다. 그런데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분기(3개월)로 설정할 경우 총 연장근로시간은 월 단위 총량(156시간)의 90%인 140시간, 반기(6개월) 단위로 설정할 경우에는 월 단위 총량의 80%인 250시간, 연 단위로 설정할 경우는 70%인 440시간으로 감축토록 한다는 것이다. 

연구회는 근로시간유연화로 장기간 연속근무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점을 감안해 퇴근 후 출근까지 11시간 연속 휴게 시간을 의무화하는 조치도 권고했다. 이 경우 근로자가 한주 동안 일하는 최대 시간은 69시간에 달하게 된다. 

연구회 개편안에는 정부가 그동안 노동계 눈치를 보면서 법개정 엄두를 내지 못했던 파견제도,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노동개혁의 핵심이슈들이 포함돼 있어 윤 정부가 진짜 노동개혁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노동개혁이란 용어는 사용했지만 구체적인 개혁방안은 제시하지는 않았다. 

연구회는 파견제도와 관련,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하고 불합리한 고용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998년 제정된 파견법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비, 청소, 주차 관리, 자동차 운전, 통·번역 등 32개 업종에 제한하고 있는 파견허용업종을 확대하고 2년으로 제한된 파견기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독일 일본 등과 달리 제조업에 대한 파견이 금지되다보니 우리나라 하도급 근로자들은 원청을 상대로 툭하면 불법파견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왔다. 

파업기간중 대체근로허용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현행 노조법상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사업과 관계없는 근로자를 대체 투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체근로허용은 선진국들 대부분 허용하는 제도로 노사간 힘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사용자만 처벌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개편도 연구회 권고안에 담겼다. 노사관계 자치 원칙을 강화하기 위해 노사의 불법 행위에 대한 노동형벌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만, 노조의 부당노동행위에는 이렇다 할 처벌 규정이 없다. 미국은 다른 근로자의 권리 행사를 제한·강요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고 있다.

연구회는 또 CEO등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주52시간제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킬 것과 최저임금 결정의 기준개편과 호봉제의 직무·성과급제 전환 도 권고안에 포함했다. 

고용노동부는 연구회 권고를 토대로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를 정리해 1월중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연구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입법을 추진하더라도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버티고 있어 국회 통과까지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