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전 국민일보 주필
이진곤 전 국민일보 주필

초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선전선동 의존 전략을 고수할 모양이다. 적어도 의회정치에 관한 한 ‘개헌’과 ‘대통령 탄핵’ 외엔 못할 것이 없는 절대 다수 의석을 갖고 있으면서도 무책임한 선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의겸 의원의 선동적 헛소리 시리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악수 연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가 그의 최신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짓말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는 뜻이다.

거짓말로 떼돈 챙겼다는 폭로자들

의도했든 안 했든 거짓말임이 드러나면 피해자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인간사회의 상식일 텐데 김 의원에겐 그게 안 통한다. 사과는커녕 “그날로 다시 돌아가도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식으로 여론 뒤집기를 시도했다. 그러는 것이 ‘국민대신 묻고 따지는 의무와 책임’이라고 했다. 그의 ‘국민’은 어떤 사람들이기에 그 황당한 허구를 묻고 따지라고 한다는 것인가.

민주당은 그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여전히 대변인이다. ‘대변인’의 거짓말이나 허풍 또는 모함은 당의 행위나 다름없다. 민주당 의원들이 다 같은 생각이어서 “잘했어!”라는 심정인가? 하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긴 하다. 그 헛소리를 보도하고 협업하고 한 당사자들, 그러니까 ‘더 탐사’와 ‘김 의원’이 그 덕분에 ‘떼돈’을 벌었다고 하지 않는가.

“돈벌이가 되는데 왜 마다하랴!”
그런 심사가 될법하다. 한 장관이 10억 원 손배소를 제기하고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형사 고소까지 하긴 했다. 그렇지만 경험으로 미루어, 법원이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쪽으로 결론을 낸다 해도 가벼운 징벌로 끝날 개연성이 높다. 피고‧피고인들이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는 까닭이 달리 있을 것 같지 않다.

더 믿는 구석도 있다. 민주당의 의석수(169석)다. 그리고 ‘더 탐사’에겐 좌파언론단체라는 우군들이 있다(물론 민주당의 엄호도 따를 것이다). 이들이 한 장관은 물론, 정권 전체에 대해 “할 테면 해봐”라며 배를 쑥 내밀 수 있는 정치권의 판도이고 사회적 구조다. 

이들만의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뇌물수수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선동적 언사를 동원하며 정권과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13일 동료 의원들에게 “절 버리지 말아 달라”는 ‘친전’서신을 보낸데 이어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이 똘똘 뭉쳐서 결연히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체적인 상황이 제 개인 문제가 아니며, 민주당의 운명과 관련된 명백한 정치사건”이라며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그런 마음으로, 무도한 검찰에 맞서겠다”고 말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국가검찰권을 거대 정당의 힘으로 무력화시키자는 선동이다. 국회의원이 대놓고 ‘법질서 파괴’를 선창하는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이 해괴한 장면이 민주당식 정치의 현주소다. 자기 개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재명 당 대표와 그 지지자들에 대한 압박으로 여겨진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를 생각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말은 전형적인 집단주의적 사고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에 나오는 총사대의 모토이지만 북한의 구호이기도 하다. 노 의원도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당 소속 의원들 모두가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받는 수사가 아니다. 개인 비리 혐의를 거대 정당의 힘으로 막아달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정치적 박해나 위협에서 지켜주기 위한 ‘불체포 특권’을 이런 식으로 행사하려 하니까 국민으로부터 무용론, 폐지론이 나오는 것 아닌가.

대장동 개발 의혹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망이 자기 쪽으로 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민주당 이 대표도 선동적 말재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13일 대전 유성문화원에서 열린 ‘민주 경청투어’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 바치고 피 흘려서 만든 민주주의가 몇 달 사이에 유신 이전으로 후퇴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몇 달 사이’라는 것은 대장동 수사가 본격화한 시기와 일치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피를 흘린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 이 대표 자신은 없다. 오히려 그는 민주회복의 과실을 얻어 누린 쪽에 속한다. 그렇다면 민주법치의 확립에 남다른 신뢰와 협조를 보태야 할 텐데 되레 피해자 코스프레다. 변호사까지 나서서 검찰 수사를 ‘유신’에 빗댄다면 국가는 수사권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가?

황당한 선동꾼은 교도소 안에도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공모혐의로 징역 2년형이 확정되어 복역 중이다. 그가 13일 자필의 ‘가석방 불원서’를, 배우자를 통해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그는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며, 그런 점에서 가석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더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들러리가 되는 끼워 넣기 사면, 구색 맞추기 사면을 단호히 거부한다”고도 했다. 

김칫국 마시지만 떡은 안 먹는다?

언론보도로는 연말 특별사면 대상자로 거론돼 왔다는 것인데, 그 보도만 보고 지레 반발의 뜻을 밝힌 것인지, 나름대로 확실한 정보가 있어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대통령실은 사면과 관련,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김 전 지사는 ‘민주화 투사’이기라도 한 듯이 ‘사면 거부’를 공언하고 나섰다. 김칫국부터 마시면서 떡은 안 먹겠다는 격이다. 

대장동‧드루킹 사건 모두 문재인 정권 때 그쪽 인사들에 의해 폭로됐었다. 대장동 의혹 사건은 대선‧지방선거 및 보궐선거 등으로 본격 수사가 미뤄졌지만 드루킹 사건은 그 때 확정판결이 났었다. 김 전 지사가 무죄라고 떠드는 것은 김명수 사법부, 나아가 문 정권에 대한 저항이고 재판의 정당성에 대한 부정이다. 지금 와서 문 정권과 투쟁이라도 벌이려는 것인가. 게다가 김 전 지사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컸다고 전직 대통령과 같은 반열에 자신을 올리려고 하는지 듣는 사람이 민망할 지경이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선동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대학생 때 전대협 의장으로서 임수경 당시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재학생을 북한에 파견한 전력이 있다. 법을 파괴한 것을 자랑으로, 또 공적(功績)으로 삼아 정치적 출세를 한 전형적인 운동권 귀족이다. 그가 14일 느닷없이 “차라리 나를 소환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이날 검찰에 소환된데 대한 반발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압수수색, 소환, 구속영장 소식을 들으면서 답답하고 개탄스러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도대체 몇 명이나 소환이 됐는지 헤아려보려 해도 너무 많아 종합이 되질 않는다.”

그 ‘개탄’은 자신이 속해 있던 문 정권에 돌리는 것이 옳지 않을까? 얼마나 많은 직전 정권 인사들이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어 법정에 세워지고, 교도소에 끌려갔는지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 말이나 다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 정권은 ‘적폐청산’, 윤 정권은 ‘정치보복’이라는 이 한심한 헛소리는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구집권세력 일원으로서의 도리고 예의다.

따지고 보면 이들만이 선동의 대가들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선동은 좌파 정치의 본질이고 그 세력의 체질이다. 그것이 정치적 팬덤현상과 맞물려 한국 민주정치의 파국적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민주정치 구현에는 오랜 세월의 희생과 헌신이 요구되지만 그 기반은 언제나 취약하다. 악의적 선동이 먹혀드는 사회에서는 민주정치가 정착되기 어렵다. 지금 우리사회가 그 위기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