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여파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겹치면서 기업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사진=글로벌경제신문)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여파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겹치면서 기업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사진=글로벌경제신문)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여파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겹치면서 기업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글로벌 경기둔화로 성장성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 반면, 재고와 부채는 늘고 있다. 

이 같은 위험신호는 기업들의 최근 사정을 알 수 있는 여러 경제 관련 기관들이 내놓은 보고서 등에서 여럽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15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2년 3·4분기 기업경영분석' 자료에서 국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2만1042개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쪼그라들었다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반면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은 최근 6년 사이 가장 높은 90%대까지 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도 25%를 넘어섰다. 

매출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 증감률.(자료=경총)
매출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 증감률.(자료=경총)

이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최근 기업 분기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매출 100대 기업 영업실적 및 주요 지출항목 특징 분석' 보고서에서 고환율·고금리·고임금 등 '3고'의 영향으로 지난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쳤다는 사실과도 맥이 닿는다.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3분기 총매출은 337조3245억원으로 작년 동기 285조9316억원보다 18.0% 늘어난 반면, 총영업이익은 21조4493억원으로 작년 동기 28조4754억원 대비 24.7%나 줄었다.

수출은 물론 내수도 신통치 않으면서 기업 창고에는 재고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의 재고가 8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의 곳간은 예전 만 못하다.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의 상장사 중 2년 비교가 가능한 268곳의 3분기 개별기준 누적 잉여현금흐름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해 3분기 잉여현금흐름은 14조18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62조1110억원 대비 47조9286억원(77.2%) 감소한 수치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 등 금융권으로 몰려가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한은이 발표한 ‘2022년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을 보면, 올해 3분기 말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769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말과 비교해 56조6000억원 늘었다. 

문제는 앞으로 당분간 한은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업 전체 연간 대출이자 부담액이 올해 9월 33조7000억원에서 내년 12월 49조9000억원으로 16조2000억원이나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부채가 많은 기업들에게는 이자 비용 등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 등을 거치면서 쇠약해진 일부 부실 우려 기업들이 한계기업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268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기별 이자비용과 이자보상배율 등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 3분기 이자비용은 총 6조154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3321억원) 대비 1조8219억원(42.1%)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