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세상 제공
사진=책세상 제공

2015년 11월 첫 선을 보인 '일본 하이쿠 선집'(책세상)의 개정판이 최근 나왔다.

이 책은 일본시(詩) 번역에 일가견을 보이는 오석륜 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가 옮긴 것으로, 그동안 10쇄를 찍을만큼 국내 '하이쿠 마니아'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오 교수는 특히 시를 번역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에 담긴 정서와 의미에 대한 해설을 붙여 시를 읽는 감동과 재미를 더했다.  

출판사 책세상에 따르면 '하이쿠'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다. 5-7-5 열일곱 자에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축적으로 담아냄으로써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문학 장르다. 일본의 하이쿠 애호가는 1000만 명이 넘으며, 그중 하이쿠 잡지에 글을 발표하는 사람만 3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이쿠는 옥타비오 파스나 게리 스나이더, 알렌 긴스버그 등 수많은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감을 주었으며, 2000년에는 '뉴욕 타임스'에서 하이쿠를 공모해 실을 정도로 시대와 지역을 넘어 사랑받고 있다.

'일본 하이쿠 선집'은 이러한 하이쿠의 역사를 만든 하이쿠 시인들의 대표작 150여 편을 모은 것이다. 일본 근세(1603~1868)를 대표하는 하이쿠 시인인 마쓰오 바쇼, 요사 부손, 고바야시 잇사와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에 시작되는 근대를 대표하는 마사오카 시키, 가와히가시 헤키고토의 명구들은 독자들에게 하이쿠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일본 근현대시를 전공한 오석륜 교수는 가급적 5-7-5의 하이쿠의 정형에 맞게 번역함으로써 하이쿠를 읊으며 감상하는 맛을 살렸다. 또한 원문 그대로 감상하고자 하는 독자를 위해 원문을 수록했으며, 짧은 번역어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하이쿠의 특성을 감안하여 매 구(句)에 해설을 첨가해 이해를 도왔다.

특히 다섯 명의 하이쿠 시인과 오 교수가 나누는 가상 대담은 다양한 논조와 시각에서 작가와 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 소개
마쓰오 바쇼(松尾芭焦, 1644~1694) : 1644년 하급 무사를 겸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무사이자 하이쿠 시인이었던 요시타다(良忠) 수하에서 일을 했다. 1664년 하이쿠 시인으로서 처음으로 구집(句集)에 작품을 실었고, 41세가 되던 1684년부터 방랑 생활을 하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1694년 오사카에서 객사했다. 1000구 가량의 하이쿠 작품과 '노자라시 기행', '가시마 여행', '오이노코부미', '겐주암기' 등을 남겼다.

요사 부손(與謝蕪村, 1716~1783) : 하이쿠 시인이자 화가이기도 한 부손은 1716년 오사카의 부유한 농가에서 태어나, 20세에 그림과 하이쿠를 배우기 위해 에도로 갔다. 1742년 스승인 하야노 소아(早野宗阿)가 세상을 뜬 후, 에도를 떠나 유랑의 길로 접어들었다. 약 10년에 걸친 방랑 생활을 접고, 1757년 교토로 와 많은 작품을 남겼다. 1783년 병으로 세상을 뜨면서, 생전의 희망대로 마쓰오 바쇼 옆에 묻혔다. '부손 칠부집', '야한라쿠' 등을 남겼다.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 1763~1827) : 1763년 나가노현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 밑에서 학대를 받다가 15세 때 집을 나와 에도로 갔다. 25세가 되던 1787년, 잇사라는 이름으로 '마사고'에 첫 번째 구를 실은 후 도보 여행을 하면서 여러 구집과 기록을 남겼다. 52세가 되던 해 고향으로 돌아가, 1827년 그곳에서 사망했다. '교와구첩', '오라가하루' 등을 남겼다.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 1867~1902) : 일본 근대의 하이쿠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하이쿠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잡지 《일본》, 《호토토키스》를 기반으로 하이쿠 혁신 운동을 전개했고, 문하에 가와히가시 헤키고토, 다카하마 교시(高浜虛子) 같은 많은 문인들이 모여들었다. 만년에는 거의 병상에 있었으며, 1902년 일생을 마쳤다.《분·류 하이쿠 전집》, 《신 하이쿠》, 《춘하추동》 등을 남겼다.

가와히가시 헤키고토(河東碧梧桐, 1873~1937): 에히메현 출신으로 중학교 때부터 마사오카 시키에게 사사하며 하이쿠를 공부했다. 계절어나 정형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보다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을 노래하자는 신경향 하이쿠 운동을 일으켰다. 환갑이 되던 1932년에 은퇴했고 은퇴 후에는 서예, 여행, 연구 등에 전념했다. 1937년에 사망했으며, '하이쿠 평석', '삼천리', '신경향 구의 연구' 등을 남겼다.

-옮긴이 오석륜은.
시인이자 번역가이며 인덕대학교 일본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일본 근·현대 문학을 전공했으며 미요시 다쓰지 시 연구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종달새 대화 듣기', '사선은 둥근 생각을 품고 있다', '파문의 그늘' 등 시집을 펴냈고, '일본 시인, ‘한국’을 노래하다', '미요시 다쓰지三好達治 시를 읽는다', '일본어 번역 실무 연습', '일본 하이쿠 선집 등 일본문학과 관련한 많은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