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서울 고양 일산·안양 평촌·분당 등에서 추진 중인 ‘리모델링 사업’이 최근 정부 발표로 인해 난관에 부딪친 듯 하다. 지난 2월, 정부가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법) 안건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면서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기 때문. 

그 이유는 명확하다. 새로 발표된 개발계획을 보면, 리모델링보다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과 미래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 정책에서는 재건축연한을 리모델링 수준으로 단축하고 용적률도 완화함으로써 사업성을 더욱 높여 주기로 했다. 여기에 행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기로 하면서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은 앞으로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처럼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법) 발표로 난감해진 곳은 바로 리모델링주택 조합이다. 10년 가까이 리모델링 사업을 장려하던 정부의 기조가 갑작스럽게 바뀌면서 의도치 않게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매력이 반감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선 리모델링 사업을 재건축의 대안이라 치켜세우면서 규제완화에 힘을 기울였다. 특히, 리모델링 사업에도 수직 증축을 허용함에 따라 사업성 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 이를 계기로 1기 신도시 내에서 리모델링 추진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문재인 정부도 ‘리모델링 사업’을 권장하는 분위기는 여전했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인허가에 대해 굉장히 인색했던 정부다. 정비사업이 추진되면 주변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이주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조합에서는 차선책으로 리모델링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리모델링 사업장도 크게 늘었다. 리얼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94곳이던 전국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지난해 말 기준 136곳으로 약 45%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정책에 편승해 승승장구하던 리모델링 사업이 하루 아침에 계륵‘(鷄肋)’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 특별법으로 지정이 가능한 택지지구는 재건축사업으로 전환하거나 진행하려는 단지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기 신도시 특별법 대상이 너무 포괄적인 점도 재건축 사업이 증가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으로 개발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노후계획도시’는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경과한 100만 이상의 택지를 말한다. 따라서, 노후계획도시 내 아파트들 중 준공 후 20년도 안된 아파트들도 재건축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규제완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재건축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바뀐 이후 올해 20년 이하(노후계획도시 기준)로 줄어들게 됐다. 약 8년의 기간동안 재건축연한이 절반이 된 것이다. 더불어 건축사업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인 용적률도 최대 500%까지 늘려 주기까지 했다.

이런 점들이 최대 3층까지 증축할 수 있는 리모델링 사업의 조합원들 입장에선 고민하게 하는 이유다. 정부는 리모델링주택 조합을 달래기 위해 세대수 증가 상한선을 기존 15%에서 조금 더 높여 주기로 했다. 현재 세대 수 증가 상한선을 20%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기둥이나 내력벽 등을 그대로 두고 새로 짓는 리모델링보다 완전히 새로운 평면으로 새롭게 지어지는 재건축 아파트는 정주여건, 미래가치, 사업성 등 여러면에서 유리하다. 또한 재건축 지정된 후의 아파트와 리모델링 아파트 간의 자산가치 차이도 나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재건축 아파트 증가와 개발로 인한 호가상승 등은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로 지정된 지역들에서 나타날 부작용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정부는 특별법으로 지정된 신도시 내에서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사업장들의 경우 재건축 사업으로 전환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 여기에 리모델링 사업도 기존에 정주여건을 떨어뜨리는 기둥, 내력벽, 바닥, 보 등을 그대로 남기고 건설하는 문제를 비롯한 여러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일반 투자자나 내 집마련 수요도 신중해야 한다.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법)은 아직 국회에 발의조차 안됐으며 기본적인 방향성만 제시한 상태다. 1기신도시 특별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재건축사업이 항상 유리한 것도 아니다. 정부의 환수의지에 따라 재건축 운명의 좌표가 갈릴 전망이다. 

정부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만간초과이익 환수의 근거를 마련하고 통상적인 수단인 공공임대주택 외에 공공분양, 기반시설, 생활SOC, 기여금 등 다양한 방식의 기부채납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결국, 1기 신도시 노후단지라고 하더라도 맹목적으로 재건축 사업에 기대, 내 집 마련에 나설 필요까진 없다는 뜻이다. 국회의 문턱을 넘은 후에도 사업성, 추가분담금, 용적률 상향에 따른 정주여건 등을 고려해 내 집 마련에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