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해 5월,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개최했다.(사진=대한상의)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해 5월,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개최했다.(사진=대한상의)

"변하지 않는 기업은 '꼰대'다."

'재계 맏형' 대한상의를 이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해 5월, 재계 수장들을 모아놓고 개최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 SK·현대자동차·LG·롯데·포스코·한화그룹 등 국내 주요그룹은 어느 때보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물론 기부활동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공을 들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기업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호감도가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상승했다는 조사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부정적이던 국민들의 평가는 긍정적으로 바뀐 대목은 대해 재계는 상당히 고무된 반응이다. 재계 일각에선 이를 기점으로 현재 우리 사회에 여전한 '반기업 정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대한상의가 전국 20세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기업호감지수’가 ‘55.9’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10년 전인 2013년 상반기의 호감지수‘48.6’에 비해 7.3점 증가한 것으로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기업호감지수’란 국민들이 기업에 대해 호의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지수화한 것으로 △국가경제 기여, △ESG경영, △생산성, △국제 경쟁력, △사회공헌의 5대 요소와 전반적 호감도를 합산해 산정한다. 100에 가까우면 호감도가 높은 것이고, 0에 가까우면 낮은 것으로 해석하며, 기준점인 50을 넘으면 기업에 대해 호감을 가진 사람이 비호감을 가진 사람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자료=대한상의.
자료=대한상의.

특히 ‘사회공헌활동’이 ‘부정’(40.9)에서 ‘긍정(53.7)’으로 전환한 가운데, ‘ESG’가 큰 폭으로 오른 점이 눈길을 끈다. 

다만, 기업에 호감이 가지 않은 이유로 국민들이 ‘준법·윤리경영 미흡’(64.3%)을 가장 많이 응답했고, ‘일자리창출 노력 부족’(13.5%), ‘소비자만족 미흡’(10.3%) 등을 꼽았다는 점은 새겨 볼만 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기업에게 바라는 우선 과제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59.1%)과 ‘근로자 후생복지 향상’(46.4%), ‘신제품 개발, 서비스 개선 등 고객만족’(39.4%), ‘환경·지역사회 문제해결’(34.8%),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기여’(30.1%),‘준법경영 및 일탈 방지’(29.8%) 등과도 연결되고 있어서다.

그 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을 소중히 여기며 기업 역할을 사회가치 증진까지 확장하는 신기업가 정신이야 말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이라고 말한 대목에서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어서다. 

당시 기업선언문에도 그대로 나와 있다. 기업인, 전문가 등이 만든 실천과제의 공통분모인 선언문에는 △경제적 가치 제고 △윤리적 가치 제고 △기업문화 향상 △친환경 경영 △지역사회와 상생 등을 5대실천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이 ‘BRT(Business Roundtable) 선언’을, 유럽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Europe’, 일본은 ‘기업행동헌장’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적극 실천 중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국내에서도 'ESG' 관련 다양한 법안 등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업들이 ESG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것이 국민들의 호감도를 높인 것 같다"며, "하지만 아직 대중들 사이 뿌리 깊은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