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설 경제학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윤기설 경제학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중대재해처벌법 1호 재판으로 관심을 모았던 중소건설사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처벌위주의 중대재해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최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소건설사 온유파트너스에 벌금 3000만원을, 회사 대표에게 징역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5층에서 추락해 숨진 데 대한 책임을 원청 회사와 대표에게 물어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지난해 법시행 후 하청업체의 과실로 인해 원청업체의 최고경영자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이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대 부착과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다만 “건설노동자 사이에 만연한 안전난간 임의적 철거 등의 관행도 사망 사고 원인이 됐을 수 있다”며 “이 책임을 모두 피고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다소 가혹하다”고 했다. 이어 유족에게 사과와 함께 위로금을 지불하고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도 판결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법은 기업의 처벌 강화를 통해 산재사고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경영계는 이 법이 경영자의 안전 조치 의무를 불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는데다 안전사고에 대한 과실책임을 고의범 수준으로 가혹하게 처벌하다보니 오히려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해왔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후 산재사망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법 적용 대상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수는 256명으로 법 시행 전인 2021년 248명보다 오히려 8명 늘었다. 

사망 사고가 나면 대표가 징역 1년 이상의 형을 받게 되는데도 사망 사고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처벌 만능주의’가 사고예방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사고책임의 불명확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된 14건 중 11건은 하청 근로자 사고에 대해 원청 대표가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사고의 인과관계와 상관없이 건설현장 원청의 대표에게 책임을 물은 결과로 경영계는 해석하고 있다. 내년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법 적용이 확대되면 사고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경영계는 현장안전 책임자도 아닌 원청의 최고경영자에게 과도한 관리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중대재해법의 조속한 개정을 요구중이다. 사업주가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할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고의나 중대 과실이 있을 때만 처벌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처벌 만능주의로는 산재사고 줄이기에 역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