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내리는 밤. 사진=고래뱃속 제공
달 내리는 밤. 사진=고래뱃속 제공

사람은 저마다 '꿈'을 향해 달린다. 그 중 상당수는 꿈을 이루지 못해 좌절하고, 실패를 자책한다. 

그림책 작가 정유진은 이 대목에서 자신과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성공과 실패를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가."

이런 고민 끝에 정유진 작가는 창작 그림책 '달 내리는 밤'(고래뱃속)을 펴냈다. 그림책이지만 아동용이 아니다. 꿈과 성공, 실패가 반복되는 인생여정을 사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기도 하다. 

'달 내리는 밤'은 달에 닿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된 토끼와 그 토끼의 소식을 전해들은 동물들이 달을 향해 탑을 쌓아가며 겪는 '꿈과 실패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토끼와 하마와 악어, 코끼리와 기린, 고릴라와 표범까지 여러 동물이 모여 탑을 쌓는다. 하지만 갑작스레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로 눈앞의 달은 사라지고, 탑마저 무너져 내린다. 토끼를 비롯한 동물들은 실패한 것일까?

비록 폭우로 탑은 무너져 내렸지만, 동물이 흘린 땀방울과 빗방울이 모여 샘을 이루고 잠시 후 다시 나타난 달은 하늘 뿐 아니라 샘에도 나타났다. 떠나 버린 줄만 알았던 달이 보란 듯이 동물들을 찾아와 그 환한 얼굴로 마법처럼 샘을 꽉 채웠다. 동물들은 달빛에 온몸을 적시고 자유로이 노니며 행복한 달놀이를 마음껏 즐긴다. 

본인도 그림책 작가에 대한 꿈을 포기하려했던 경험이 있다는 정유진 작가는 "누구나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스스로 생각했던 결과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보면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필요한 밑거름이 되어 있기도 하고, 또다른 관점에서 보면 의미있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며 이 책을 펴낸 의미를 설명했다. 

정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지나보니 탑을 쌓는 과정에서의 땀(노력)도 절대 헛되지 않았고, 탑을 무너지게 했던 빗방울(방해물)도 또 다른 성공을 위해 꼭 필요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 

'달 내리는 밤'은 정유진 작가의 두번째 창작 그림책이다. 전작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를 통해 '봄'이란 이름의 '희망'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을 풀어냈다면, '달 내리는 밤'에서는 우리가 꿈을 향해 가는 매일매일의 여정 자체가 바로 ‘꿈’일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