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권도형[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보석 신청이 몬테네그로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이에 따라 권 대표와 그를 측근인 한모 씨는 계속 구금된 상태로 현지에서 재판받게 됐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ㆍ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검찰의 항고를 받아들여 보석을 허가한 하급법원의 결정을 취소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포베다'도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홍보 책임자인 마리야 라코비치를 인용,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이 지난 12일 권 대표와 한모 씨의 보석을 허가하자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급 법원에 이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항고했다.

검찰은 권 대표 등의 재력에 비해 각각 40만유로(5억8000만원)의 보석금이 턱없이 적고 이들이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받는 만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장관이 29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의 기자회견장에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관한 질문을 듣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장관이 29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의 기자회견장에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관한 질문을 듣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상급 법원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보석을 위해 제시한 총 80만 유로가 도주를 막기에, 충분한 금액이 아니라는 검찰의 주장에 동의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권 대표와 한씨는 지난 11일 첫 재판에서 경제력을 묻는 이바나 베치치 판사의 질문에 둘 다 "미디엄(medium·중간 정도의)이라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부동산으로만 수십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 대표는 아내와 공동명의로 소유한 한국의 아파트가 300만 달러(40억원) 정도 된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다른 자산은 변동성이 크기에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대표 등이 내건 보석금이 이들의 경제력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서 도주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그래픽] '테라·루나' 권도형 범죄인 인도 절차[연합뉴스]
[그래픽] '테라·루나' 권도형 범죄인 인도 절차[연합뉴스]

권 대표 등은 현재 포드고리차 서북쪽에 위치한 스푸즈 구치소에 구금돼 있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다면 각각 40만 유로를 내고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었지만, 법원이 검찰의 항고를 인용함에 따라 계속 구금된 상태로 남은 재판을 받게 됐다.

권 대표의 다음 재판은 6월 16일에 열린다.

앞서 권 대표 등은 지난 3월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검거됐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당시 이들의 수하물에서는 벨기에 위조 신분증도 발견됐다. 현지 검찰은 권 대표 등을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해 현재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공문서위조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최저 3개월에서 최고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권 대표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로,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5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피해를 끼친 혐의를 받아왔다.

권 대표는 이 과정에서 거액의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권 대표가 보석으로 풀려날 경우 외부 통신망 등을 활용해 각종 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수익금 인출에 대한 우려는 다소 덜 수 있게 됐다.

현재 한·미 수사당국이 몬테네그로 법원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상태에서 권 대표 등이 법원의 보석 취소 결정에 어떻게 법적으로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권 대표 등이 보석을 재신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자칫 송환도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연합뉴스는 덧붙였다.

<원문 참고: https://www.reuters.com/world/europe/montenegro-court-scraps-bail-crypto-entrepreneur-do-kwon-2023-05-24/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3-05-24/crypto-mogul-do-kwon-s-bail-is-revoked-in-monteneg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