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지난해, 사면초가에 몰렸던 30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모아 주택을 구매한 사람)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안정세로 전환된데다 생애최초대출·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한 급매물 거래가 늘면서 30대의 구매 비중도 다시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최근 ‘주택가격바닥론’에 힘이 실리면서 매수심리를 더욱 자극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22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대를 넘어서면서 ‘영끌족’들은 벼랑 끝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주택가격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치고 거래마저 실종되면서 ‘패닉셀링(Panic Selling)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높은 금리에 버티지 못한 영끌족들이 급하게 주택을 처분하는 바람(급매)에 부동산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말았다. 특히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청년세대에게는 더욱 큰 위기로 다가왔다. 올해 들어 영끌족들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힘입어 대출위기를 견디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청년세대들의 부동산시장 문턱을 한턱 낮춰줬다. 사회적 약자나 다름없는 청년들에게도 더욱 많은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고 주택경기도 부양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한해서 규제지역과 무관하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까지 허용해줬다. 또 국민주택기금에서 저금리로 지원하는 생애최초·신혼 디딤돌 구입자금대출 한도도 각각 2억5000만원에서 3억원, 2억7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상향됐다. 취득세도 최대 200만원까지 감면해주기로 했다. 

자료=리얼투데이 제공
자료=리얼투데이 제공

 
올 초 ‘특례보금자리론’의 등장도 청년세대들에겐 기회가 됐다. 소득에 상관없이 9억 원 이하 주택을 최대 5억 원까지 대출받아 살 수 있는 상품으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적용도 받지 않는 상품이다. 게다가 저금리 장기모기지로 기획된 만큼 소득수준이 낮은 청년세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4월말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액이 총 30조9,408억원에 달했다. 이 중 30대가 신청한 총 금액이 약 13.8조원으로 거의 절반에 이르렀다. 연령별 신청건수를 살펴봐도 30대가 5만4979건(40.1%)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에는 시중 금리가 떨어지면서 특례보금자리론 수요는 최근 들어 급감하는 모양새다. 2월만 해도 17조5천억원이었던 신청액은 3월 8조1천억원, 4월 5조3천억원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 수요가 이동했다는 평이다.

청년세대들의 주택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30대가 아파트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토부에서 발표한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거래현황’을 분기별로 살펴본 결과, 올해 1분기 30대 매입비중이 26.6%로 가장 높았다. 이는 국토부가 연령대별로 집계를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또 지난해 4분기보다 4.4%p, 지난 해 동월대비 3.5%p 늘었다. 

자료=리얼투데이 제공
자료=리얼투데이 제공

지난해, 주택시장 침체로 잠시 뒤로 물러서 있던 30대가 올해 들어 주택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례보금자리론’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시중금리 인하 등 대출을 통해 자금조달이 수월해진 데다가 주택가격이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시/도별로 30대 아파트 매입비중을 살펴보면 세종시가 32.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세종시에선 아파트 구매자 3명 중 한 명이 30대인 셈이다. 세종시는 지난 해 전국에서 아파트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진 바 있다. 세종시 뒤를 이어 울산(31.2%), 서울(30.9%), 경기(30.3%), 제주(28.6%), 대구 (28.1%)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경기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시장만 잘 도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많은 전문가들이 금융, PF 등의 위기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너무 긍정적으로 접근하다가 큰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년세대는 아직 사회적 초년생이 많고 사회 경험도 부족한 만큼 수익이나 편의성보단 안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시장도 세계경기나 내수경기, 금리수준, 부동산 정책, 개발호재, 세금 등 수많은 요인들로 인해 복합적으로 움직인다. 그 만큼 미래에 대해 예측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따라서, 무리하게 부채를 활용해 부동산시장에 진입하면 예상치 못한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자본력이 약한 청년세대들은 더 큰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난달, 서울회생법원이 발표한 '2022년 개인회생 사건 통계 조사 결과 보고서'의 내용만 살펴봐도 청년세대들의 자본적 취약점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자 가운데 2030세대의 비중이 46.6%로 전년보다 1.5%포인트 늘었다. 법원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20년 42.5%에서 2021년 45.1%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 다시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주택을 구입할 젊은층들은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되, 서두르면 안된다. 본인의 소득과 자산수준, 소비·부채감당 능력 등을 모두 고려해, 주택 매수여부와 매수 금액을 판단해야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