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블룸버그통신
사진출처=블룸버그통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칼날이 매서워지고 있다. 세계 1,2위 코인 거래소인 바이낸스·코인베이스 제소로 사실상 가상자산 업계와 전면전에 돌입한 가운데 증권성으로 분류된 일부 알트코인의 살생부가 공개되면서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1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주류 알트코인인 솔라나, 폴리곤, 에이다 등은 일주일 전과 비교해 20%대 급락했다. 반면 이번 SEC 이슈와 무관했던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은 큰 변동없이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유지 중이다.  

SEC가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한 알트코인은 총 19종이다. 시가총액 4위인 바이낸스코인을 비롯해 에이다(시총 7위), 솔라나(시총 10위), 폴리곤(시총 11위) 모두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알트코인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 이목을 끈다.

후폭풍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해당 알트코인들이 대다수 코인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거래소들이 거래지원 종료 등을 결정하게 되면 다수 투자자 이탈, 가격 급락 등 연쇄적인 악재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조사기관 K33 리서치의 베틀 룬데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분류는 미국의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양한 알트코인을 강제로 폐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알트코인으로도 불똥이 튈 수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CCData의 분석을 인용해 "총 10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50개 이상의 가상자산(전체 시장의 약 10% 규모)이 SEC 감시에 따라 증권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증권성이 뭐길래? 

증권성은 미 연방대법원 판례인 하우이 기준(Howey Test)에 의해 정립된 개념이다. 투자자들이 돈을 투자했고, 해당 돈이 발행사의 사업에 투입되거나 이익을 기대했는지 여부로 판가름된다.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간주되면 상당한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된다. 현재 시행중인 가상자산공개(ICO)와 초기 거래소 공개(IEO)는 무의미해지며 자본시장법에 의거한 공시 규제와 불공정거래 규제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업계는 가상자산이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규제받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SEC는 줄곧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증권이며, 이러한 코인을 상장하는 거래소들은 정식 등록을 하는 등 증권위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사실 코인의 증권성 적용 논의는 해묵은 논란 중 하나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SEC는 증권성 여부를 놓고 리플과 3년 전부터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SEC는 리플이 적법한 발행 절차를 거치지 않은 증권이라며 소를 제기했고 리플 측은 "합법하다"며 맞섰다.

당시 리플 측은 코인 보유자와 투자를 목적으로 별도의 계약을 맺은 적이 없고, 코인 보유가 발행사의 매출과 이익에 있어 연결 관계가 없다는 점, 배당이 없다는 특성 등을 거론하며 증권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그렇다면 SEC가 이번에 가상자산 업계와 전면전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잇따른 코인 이슈가 불을 당긴 것으로 보인다.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셀시우스 파동 등 연이어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SEC가 현재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인 자오창펑을 사기 혐의로 제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작심한 듯 코인 업계를 겨냥해 매서운 발언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코인판이 "사기꾼, 스캠, 다단계 폰지사기" 등이 만연해 있다며 사실상 무법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SEC의 근래 행보가 다소 정치적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는 겐슬러 위원장이 FTX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직원이 FTX 팀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며 이로 인해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코인데스크는 "SEC의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에 대한 혐의는 정당한 이유가 있지만 SEC와 겐슬러의 FTX 실수에 대한 후속 조치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