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설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윤기설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역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노동 편향적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불법파업 손해배상 소송’에서 불법파업으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입어도 근로자들에게 일괄적인 공동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같은 취지의 판결이어서 ‘대못박기 판결’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어제 현대차가 사내 하청 노조(비정규직 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 행위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불법행위 책임을 판단할 때 손해의 범위를 정한 뒤 손해의 공평한 분담 이념에 따라 책임을 제한하고, 최종적으로 배상할 손해를 확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파업 참여 노조원 개개인의 책임을 묻기 위해선 파업에 참여한 정도와 역할을 별개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 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노조원 각각의 불법행위 입증 책임을 회사 측에 떠넘겨 손해배상 청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동 불법행위에 대해 참가자 전원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현행 민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노란봉투법 개정안과도 같은 취지다. 개정안은 “법원이 쟁의행위와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규정대로면 기업은 근로자 개인별 책임분을 일일이 산정한 뒤 소송해야 해, 기업의 입증 책임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그동안 기업은 총 손해액을 산정하고 파업 근로자 전체나 노조를 상대로 청구했다.

이번 판결로 향후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기업들의 쟁의 리스크가 크게 늘어나고 야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불법 파업에 가담한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가담 정도를 일일이 증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산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노동 친화적이고 지나치게 정치적인 판결을 했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서 노란봉투법 처럼 개별 책임을 제한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뒤 소부로 넘겨 선고만 했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큰 노란봉투법 사건에 대해 전합에서 판결을 내릴 경우 거센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경영계는 이번 판결로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야당이 이번 판결에 힘입어 노란봉투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파업으로 인한 기업손실은 더욱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하급심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란봉투법 입법이 불발되더라도 유사한 효력을 낼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에는 이념 편향적 인사들이 많아 ‘기울어진 판결’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재판부에서 주심을 맡은 노정희 대법관은 좌파 성향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어서 예견된 판결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사관계의 선진화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상식과 법치에 걸맞는 사법부의 균형잡힌 판결이 나왔으면 한다.

경제학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