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거쳐 마련한 개선방안에 대해 은행지주회장들과 논의했다. /  사진출처=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거쳐 마련한 개선방안에 대해 은행지주회장들과 논의했다. / 사진출처=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견고하게 구축된 과점체제를 허물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키로 했다. 현재 DGB대구은행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연내 지방에 본점을 둔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시장 내 신규 플레이어의 등장하는 건 31년 만이다.

당국은 또한 향후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인가도 추진하기로 했다.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을 갖추고 있다면 탄력적인 인가 심사를 통해 진입 문을 활짝 열겠다는 방침이다

■ 31년 만에 빗장 푼다…“요건만 갖춘다면 신규인가 상시 허용”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지주회장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등도 함께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 2월부터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깨고 완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본격 가동한 바 있다.

금리 인상기를 틈타 수익원 다변화 노력 없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장사에 안주한 시중은행들이 사회적 책임 의무는 다하지 않은 채 성과급·퇴직금 등 이른바 ‘돈잔치’를 벌인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진데 따른 것이다.

이후 4개월여간 총 15차례 회의를 거쳐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을 중점 과제로 논의해 왔다.

자료출처=금융위원회
자료출처=금융위원회

이번 최종 방안의 핵심은 현재 과점적 구조인 은행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전환하는데 뒀다. 이에 우선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통해 은행권에 신규 플레이어를 투입하는 방안을 중점 추진키로 했다.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은행업 영위 경험이 있는 주체가 업무영역·규모 등을 확대하는 차원으로, 단시일 내 안정적·실효적 경쟁 촉진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의향을 당국에 내비친 상태다. 올해 안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이뤄진다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탄생하는 셈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시 수도권 및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 등에서 여수신 경쟁이 확대되고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45조원) 만큼 대출하는 시중은행(51조원)이 출현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할 경우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시중은행 시장에 신규 진입이 일어나고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출현함으로써 기존의 경쟁구도에도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모습[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모습[연합뉴스 자료 사진]

 

또한 앞으로는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에게 심사를 거쳐 신규 인가를 상시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에서 인가방침 발표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됨에 따라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를 제외하고는 1992년 이후 시중·지방은행에 대한 새로운 인가가 전무했던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을 갖고 있다면 신규 인가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인터넷은행의 경우 기존 은행들의 서비스가 부족했거나 비효율적인 부문에서 경쟁촉진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인터넷은행의 역사가 일천하고 외국에서도 성과가 혼재돼 있는 만큼 기존 인터넷은행의 성과 및 장·단점을 인가 심사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하겠다”며 “인터넷은행 뿐 아니라 은행업무 중 특정 분야에 전문화하고자 하는 진입 수요가 있고 안정적이고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이 제시되면 탄력적인 인가 심사를 통해 진입을 적극 허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축은행·지방은행·외은지점 규제 합리화…금융-IT 협업 강화

금융당국은 은행권 외 금융회사와 핀테크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 구축에도 적극 힘쓰기로 했다.

우선 저축은행간 인수·합병(M&A) 범위를 확대 등 경쟁력 제고를 통해 저축은행과 은행의 예금·대출 분야 경쟁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구조조정 목적이거나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구역 제한 없이 4개사까지 인수할 수 있고 합병의 경우에는 영업구역 4개까지를 허용해 저축은행 M&A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저축은행 인가지침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방은행과 외은지점 규제 손질을 통한 은행권 경쟁도 촉진한다.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과 관련된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합리화해 시중은행과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이 이달부터 시행됐다.

기존 중소기업 대출 비율의 경우 지방은행은 60%, 시중은행은 45%였으나 이를 모두 50%로 일원화한 것이다. 또한 이달 중 외은지점의 원화예대율 규제도 개선됨에 따라 기업대출 공급여력이 12조2000억원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기업들의 대출선택권 확대되고 금리 인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더 많은 금융소비자에게 은행권 금리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자금 및 경영상의 강점을 결합한 대출상품을 출시하는 방안과 IT·플랫폼 기업의 첨단 기술과 넓은 고객접점 등을 활용해 금융서비스의 질적·양적 개선하는 방안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핀테크 등 IT기업의 금융업무 수행범위가 확대될 수 있도록 오는 3분기 내 TF를 통해 업무위탁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기존에는 금지됐던 대출심사를 위한 개인신용조사, 담보물 평가 등이 허용될 전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거쳐 마련한 개선방안에 대해 은행지주회장들과 논의했다. /  사진출처=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거쳐 마련한 개선방안에 대해 은행지주회장들과 논의했다. / 사진출처=금융위원회

김 위원장은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금융지주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업무범위나 계열사간 데이터 활용, 업무위탁, 비금융회사 소유 등에 대해 제약이 있었다”며 “이러한 금융지주 규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디지털경제로의 전환, 금융혁신 노력, 은행업 경쟁촉진 방안 등이 조화롭게 추진되면 우리 금융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지주 회장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이복현 금감원은 “이번 개선방안이 그간 누적돼 온 비판과 질책에 대응해 은행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과감한 혁신과 경쟁 없이는 중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비장한 각오로 개선과제 이행에 동참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아울러 혁신과 경쟁의 성과를 국민들과 나누어 갖는 상생금융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금융권의 지속적인 노력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번 개선방안이 모두 시행돼 소기의 효과를 충분히 거두기까지는 적지않은 시일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각 금융회사가 앞서 이미 발표한 상생금융 방안을 최대한 조기에 집행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조속히 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