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출생아수보다 사망자수가 더 많은 인구 자연감소 현상이 2019년 11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2021년 국가통계를 보면 출생아수 26만0562명, 사망자수 31만7680명이다. 인구 감소의 주된 원인은 저 출생이다.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로서, 한 쌍의 부부가 낳은 자녀가 1명이 되지 않는다.

지금 노년층으로 접어들고 있는 베이비부머는 매년 90만 명 넘게 태어났는데, 근래에는 매년 30만 명도 채 안 되는 아이가 태어나고 있다. 저 출생과 고령인구의 빠른 증가로 노년부양비(생산 가능 인구 100명당 돌봐야 하는 노년 인구)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21.8명에서 2036년 50명을 넘고, 2070년 100.6명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세상일은 알 수 없다지만, 출산율이 회복될 가능성은 어디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저 출산을 극복해야 한다고 기성세대가 주장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피로감을 넘어 폭력적으로 다가간다. 그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지구가 복잡하다. 환경파괴도 인구가 주범이다. 적은 인구가 왜 어때서요? 과밀도시도 해결되고, 집값도 떨어지니 좋은 일 아닌가요?”

맞는 말이다. 어쩌면 저 출산 극복의 목소리는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제도를 유지시키기 위해 청년세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적연금이다. 이미 지급약속을 해놓은 것은 많은데,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드니 비용갹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약속은 기성세대들끼리 해놓고 젊은 세대들이 아이 안 낳아 문제가 생긴다고 하니 뜬금없기도 하다.

사실 부과방식의 공적연금제도는 인구 성장기에 확산된 제도다. 부과방식이란 미리 적립해 둔 돈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현역세대에게 보험료를 거두어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니 보험료 납부대상인 현역세대가 줄어들면 연금재정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다. 결국 인구감소는 공적연금과 같은 세대 간 부양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다.

이미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이 적자가 나서 세금으로 보전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민연금도 그렇게 될 수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보장을 법률로 규정하겠다고 하지만, 장래에 이행될 수 없는 약속이 될 게 뻔하다. 인구감소로 경제활동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데 용빼는 재주가 있을 수 없다. 기초연금인들 온전할까? 부양해야 할 노인은 많고 돈을 대는 젊은 층은 줄어드니 확대는커녕 축소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 시대에 공적연금과 같은 세대 간 부양시스템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노후생계 지원을 위한 국가 부조제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사회보장 적자의 주범이 노인으로 지목된다면 노인배척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사회보장 확충과 노인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정치권의 말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고개를 저어보지만 어쩔 수 없다. 저 출생 시대에 사회보장 축소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이제 우리는 각오해야 한다. 노년기의 가난은 국가도 어찌할 수 없고, 자식에 의한 부양도 어렵다. 이제 노후생계는 점점 개인의 몫이 된다. 개인이 준비하지 않는 한 편안한 노후생활을 기대할 수 없다.

덮어놓고 살다가는 노후에 쪽박 차기 십상이다. 어렵게 살다가 죽지 않으려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노년에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돈이다. 건강은 좀 신경 쓰고 챙기면 되지만, 먹고 사는 문제만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니 노후에 쓸 돈을 미리미리 적립해둬야 하고, 노년에 할 수 있는 경제활동 능력을 키워야 한다.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노후까지 준비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일찍 은퇴해서 편히 살겠다는 생각도 아쉽지만 접어두는 게 좋다. 가능한 한 경제활동 기간을 늘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노후대비다. 노년무전이 얼마나 서러운 것인지 젊었을 때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