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
이진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9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호기롭게 말했다. 

이화영에 “당이 열심히 돕겠다”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한다면 10번이 아니라 100번이라도 응하겠습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습니다.”

민주당은 계속 미적거리기만 했다. 그러다 당 소속 의원 31명이 실명으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하고 나서자 마지못해 의총 결의로 같은 선언을 했다. 이 대표의 국회 연설 한 달이 지난 후였다. 게다가 ‘정당한 구속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달았다. 영장의 정당성 여부를 자기들이 판단해서 특권을 포기하든 않든 하겠다는 말이었다. 특권 포기 의사를 부인하는 결의를 한 셈이다.

‘과연 이재명과 그의 민주당’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것만으로도 못미더운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까지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기웃거릴 정도가 아니라 숫제 ‘개입’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박찬대 최고위원이 최근 이 전 부지사측 핵심인사를 만나 “당이 열심히 돕겠다”고 말한 것으로 TV조선이 26일 보도했다. 

이 전 부지사는 민주당 이 대표가 도지사일 때 평화부지사를 지냈다. 그 인연으로 이 대표가 당력을 기울여 그를 도우려는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이유는 뻔하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진술을 바꿔서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사건에 이 대표도 연루되었다고 했다는 언론보도 때문이다.

이제 큰 고비는 넘겼다고 여겨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는데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져 나왔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그래서 염치불고하고 이 전 부지사 측에다가 신호를 준 것이겠다. 상식적으로 추측컨대 그렇다. 이 대표에게 닥친 위기가 아니라면 한 사람의 형사피고인을 국회 의석 168석의 거대정당이 “돕겠다”며 일부러 찾아가서까지 다짐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직전 법무장관의 검찰청 앞 농성

지난 24일에는 이 당의 박범계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과 주철현 인권위원장, 김승원 법률위원장, 민형배 의원 등이 수원지검을 찾아가 “반인권적 조작 수사와 거짓 언론플레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이들은 지검장과의 면담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청사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직전 법무부 장관이 지검 앞에서 농성을 벌여야 할 정도로 이 대표의 처지가 많이 곤혹스러워지긴 한 모양이다. 이들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특별면회(장소 변경 접견)도 시도했으나 일정이 안 맞아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의 옥중편지, 부인의 큰 소리 남편 힐난, 변호인 해임 관련 부부의 엇박자, 부인의 입장문 발표 등 이야깃거리가 쏟아져 나왔지만 일일이 소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충분히 보도된 내용이니까. 다만 이 과정에서도 당사자들의 핵심 관심사는 이 대표의 연루 여부다. 이 전 부지사가 진술 번복을 부인(否認)하는데도 민주당은 영 마음이 안 놓이는지 법무부와 검찰을 윽박지르는 기세가 사납다. 

민주당이 재판에 자꾸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면 의심만 더 살 뿐임을 알아야 한다. 이 전 부지사도 민주당의 과잉관심 표시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이 떠들어 그에게 득 될 것이 없다. 당이 돕겠다고 한다 해서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도 아니다. 국회의원을 역임했던 만큼 정치인과 정치세력의 속성을 나름대로는 꿰고 있을 것이다. 이 대표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순간 자신은 천덕꾸러기가 될 뿐임을 그라고 왜 모르겠는가.

이 대표도, 민주당의 모모한 인사들도 재주넘기가 고수급이다. 저렇게 검찰 압박, 피고인 회유의 재주를 현란하게 부리노라면 어느 순간에 이 대표가 거뜬히 위기를 벗어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 대표의 범죄혐의를 예단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필요이상으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보호자를 자처하고 나서는 민주당 사람들의 행동이 수상해서 갖게 되는 우려다. 검찰이나 법원이 놓치고 마는 부분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소속 의원들 뒤에 숨는 대표라면

그렇지만 민주당 사람들만큼 검찰에도 인재는 많다. 어쩌면 검찰은 민주당 개입꾼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있는지도 모른다. 쓸데없이 소리를 질러대는 게 검찰을 겁주기는커녕 자신들의 취약점을 노출시키는 결과를 빚기 십상이다. 아직 드러나지도 않은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 사건의 연결고리를 미리 끊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다니. 길 안내역을 자청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6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민주당이 자기편에 불리한 진술을 뒤집어 보려고 검찰청에 몰려가서 드러눕고 영치금 보내기 운동도 하고, 성명서를 내고, 가족 접촉하고 면회해서 진술을 번복하라고 압박한다. 이는 권력을 악용한 최악의 사법 방해이자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다.”

그는 민주당이 백주대낮에 벌이는 무력시위는 성공할 수 없다며 “이런 것을 막는 게 법무부 장관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너무 떠들어 말하고 대들고 하는 바람에 그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나 버렸다. 그걸 묵인하거나 그것에 굴복한다면 법무장관으로서의 직무유기가 될 터이다. 민주당이 스스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쨌든 민주당 이 대표가 또 식언을 해야 할 처지로 몰리는 듯하다. 만약 다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민주당은 ‘정당하지 못한 영장 청구’라며 부결을 시도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거기에 더해 이 대표가 적극 부추기고 있는 체포동의안 표결 기명제가 되면 민주당 의원 중 누가 감히 찬성표를 던지겠는가.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의 단서를 지워버려야 한다. 법원에 판단을 맡기면 될 테니까. 옛날에는 정권의 힘이 입법‧사법부를 압도했지만 지금은 거대 민주당의 위세가 더 대단한 시대다. 불체포 특권이 필요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자기 문제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소속 의원들 뒤에 숨는 당 대표라면 그런 대표 둬서 뭣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