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설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윤기설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실업급여는 직장에서 밀려난 비자발적 실업자의 생계를 지원하고,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특정인이 반복적으로 급여를 타거나 수급 조건에 미달하는데도 편법을 동원해 급여를 받는 등의  사례가 끊이지 않는데다 실업급여 수준도 높아 이를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실업급여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고 이들이 구직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들도록 제도적 보완을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놀면서 실업 급여만 타려는 ‘베짱이 실업자’들을 줄일수 있고 국가 경제가 활기를 띨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 사회안전망이 뒤떨어져 있던 우리나라에서 실업급여의 과다 지급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다. 친노동정책을 펼쳤던 문 정부에서 최저임금과 연동된 실업급여 하한액을 크게 올리고, 지급 기간도 한 달 더 늘리도록 바꿨다. 

실직자에 대한 구직급여 금액이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됐고, 구직급여 기간도 90~240일에서 120~270일로 연장된 것이다. 또한 구직급여액이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최저임금의 80%를 주도록 하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6년 새 48.7%나 상승하면서 ‘최저임금의 80%’를 적용하는 실업급여 하한액도 지난해까지 5년간 32%나 오른 것이다.
  
실업급여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10조원 넘게 쌓여있던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문재인 정부 5년 만에 바닥나버렸다. 이 돈을 메꾸느라 고용 보험료율을 1.3%에서 1.8%로 올려 근로자와 사용자가 추가로 부담한 보험료가 5조원을 넘는다.

올해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최저임금은 201만원인데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인 184만7040원이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세후 월 근로소득 179만9천800원보다 더 많다. 저임금을 받는 구직자들이 직장을 다니는니 차라리 놀면서 실업급여를 타겠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162만8000명 중 27.8%는 재직중 월급(실수령 기준)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0명중 3명꼴로 일할 때보다 쉴 때 수입이 더 많았다. 이러니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면 바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실업급여가 재직때 임금보다 더 많은 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노동현장에선 실업급여를 타기위해 요건만 갖추려는 근로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6~7개월만 일하는 단기근로자가 많고 ‘해고로 처리해 달라’는 요구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영향을 받은 탓에 2017년 120만 명대에 불과하던 실업급여 수급자 수는 5년 새 40% 가량이나 증가했다. 

방만한 실업급여 운영은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지만 무엇보다 실업급여에 의존하려는 ‘베짱이 실업자’를 양산하고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 핀란드,덴마크 등 북유럽국가들도 한때 실업 급여로 생계를 유지하며 취업을 기피하는 놀고먹는 실업자들이 많아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었는데 2000년대들어 복지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가하면서 베짱이 수급자들을 대폭 줄인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도 놀고 먹는 실업자를 줄이고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수 잇는 방향으로 실업급여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실업 전 직장에서 최소 6개월간 근무해야 하는 최소 취업 기간 기준을 10개월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취업 요건 기간을 6개월로 짧게 운영하다 보니 지원금만 챙기는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대부분의 실업급여를 받을수 있는 근무기간 요건이 우리보다 긴 12개월에 달한다. 

정부는 또한 구직급여 하한액도 최저임금의 80%에서 60%로 낮추고 지급액 산정 기준도 최저임금 처럼 주 7일에서 주 6일로 축소하는 내용도 고려하고 있다. 실업급여 액수가 힘들게 일해 받는 최저임금을 웃도는 현상을 막지 않으면 일할 의욕을 되레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업급여의 허점을 노려 편법·부정하게 받거나 반복해서 받는 실업급여 수급 방지대책도 시급하다. 단기적으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지난해 기준 10만2321명에 이른다.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실업급여에 대한 수술만이 실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국가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