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확실히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모건스탠리 로빈 칭 수석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

 "CPI와 PPI가 전년 동월 대비 모두 하락 국면으로 떨어지면서 경제 디플레이션을 확인시켜줬다"(호주뉴질랜드은행의 싱자오펑 선임 중국 전략가)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연도별 증감율.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블룸버그통신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연도별 증감율.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블룸버그통신

 ◇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2년 5개월만에 마이너스 진입...생산자물가(PPI)도 동반 하락

 중국의 CPI와 PPI가 동반 급락하면서 본격적인 디플레이션(경기 둔화 중 물가 하락)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서방 언론들이 일제히 진단했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블룸버그 예상치(0.4% 하락)에 비해서는 낙폭이 작았지만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중국 CPI가 역성장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년 5개월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진=로이터통신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년 5개월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진=로이터통신

 특히 식료품 가격이 1.7% 하락했는데, 그 중에서도 돼지고기 가격이 26%나 급락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또한 이날 발표된 중국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4.4% 하락했다. 이는 전월치(5.4% 하락)에 비해서는 낙폭이 둔화한 것이지만 예상치(4.0% 하락)에 비해서는 낙폭이 커진 것이다. 

 이로써 PPI는 작년 10월 이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중국 CPI와 PPI가 동반 하락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이날 국가통계국의 둥리쥐언 수석 통계사는 CPI 하락 원인을 역기저 효과로 돌리면서, 일시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년 동기의 비교 지수가 높았던 영향이 컸다"며 "전체적으로 CPI의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증감율. 자료=REFINITIVE 로이터통신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증감율. 자료=REFINITIVE 로이터통신

 ◇ 중국, 일본식 '장기 불황' 진입하나...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분기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힘입어 경제가 '반짝' 반등했으나 이후 소비자·기업 수요 약화, 부동산 부문 침체 및 수출 부진 등이 겹치면서 경기 동력이 지속적으로 약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발표된 중국 7월 수출입 역시 두자릿수 동반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중국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총체적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상하이 소재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싱자오펑 선임 중국 전략가는 며 "작년에 높았던 비교 지수를 감안할 때 CPI가 하반기 중에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코넬대의 중국 전문가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현재 중국 경제는 성장과 민간 부문 신뢰도 저하의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는 디플레이션 진입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 소재 핀포인트 자산 운용의 장즈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시점에서 최근 발표된 정책들이 이른 시일 내에 경제 모멘텀을 반전시킬 수 있을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CPI 디플레이션은 중국 정부가 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적인 부양책을 고려하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에 나설 조치들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모건 스탠리의 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추가 부양책은 중국 위안화의 약세를 부추기고 부채 규모를 더 악화시키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쉽게 꺼낼 카드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