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
이진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은 공인(公人)이다. 거대 정당의 혁신 과업을 도맡은 기구의 대표다. 당연히 국민적 검증이 필요하다. 그의 시누이라는 사람이 올케를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이 글을 <팬앤마이크>가 지난 7일 보도했다. 충격적인 내용이었는데도 일부 마이너 언론만이 따라서 보도했을 뿐이다. 거대 덩치를 자랑하는 메이저 언론들은 2~3일이 지나서야 아는 체했다. 마지못해 보도하는 걸 알아달라는 듯이 별로 눈에 띄지 않게 하거나 김 위원장 측의 반박을 부각시키는 식의 편집 태도를 보였다. 

김은경에게 너무 관대한 민주당

이른바 ‘개인사’라서 그랬을까? 민주당이나 메이저 언론들은, 다른 것 다 그만두고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돌아볼 일이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후보자에게, 무차별적 융단폭격을 가한다. 언론들도 자극적인 부분을 앞세워가며 대서특필한다. 이 점에서는 정언연대(政言連帶)가 제대로 이뤄지는 셈이다. 민주당의 혁신위원장쯤 되는 자리에 앉힐 사람이라면 경력은 물론 전과 유무에다 청렴성 정직성 등 고위 공직자가 갖춰야 할 주요 덕목들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이 자질과 인성이다.

만약 시누이의 글이 진실이라면 김 위원장은 고위 공직자로서는 물론이려니와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인성조차 갖췄다고 하기 어렵다. 의혹이 제기됐으니 검증에 들어가야 마땅하다. 청문회 등 관련 절차가 없는데다 이미 임명되어 활동 중인 사람이다. 어쩔 수 없이 검증은 언론이 맡아야 한다. 문제를 제기하면 양측의 주장을 통해 진실이 가려질 것이다. 

당사자인 김 위원장은 아주 당당하고 꿋꿋하다. 대단히 논쟁적인 노인 투표권 문제를 아주 모욕적으로 건드려 놓고도 정치적 언어, 정치적 맥락을 몰라서 그랬노라고 한다. 시누이의 폭로에 대해서는 숫제 입을 다물고 있다. 대한노인회를 사과방문했을 때 “남편 사별 후 시부모를 18년 간 모셨다”는 말로 시누이를 자극했으면서도 해명 한 마디가 없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자리를 내놓을 법한데 그에게서 바랄 일은 못되는 것 같다. 위원장직을 움켜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혁신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오늘 중으로 발표될 것이라고 하지만, 그 내용과 관련해선 진작 말이 많았다. △3선 이상 의원 공천심사 시 감점, △대의원제 폐지 또는 권한 축소 등이 혁신안의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의민주제의 틀을 무너뜨리고 민중정치・군중정치를 채택하겠다는 ‘이재명 표 혁신안’이다. ‘개딸들’을 실세화해서 자신의 당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이 대표의 정치사업 계획표 성안(成案)을 도급받은 김 위원장으로서는 겁날 게 있을 리 없겠다.

개딸정치 하자는 이재명 표 혁신안

비명계 의원 몇몇 외에는 아무도 김 위원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이재명 당 대표부터 한 없이 관용적이다. ‘노인 폄하‘와 관련, 일주일도 더 지난 7일에야 겨우 한마디 했다. “신중하지 못한 발언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분들이 계신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노인들이 유감스러워해야 할 일인데 왜 임명권자로서 사과해야 할 이 대표가 ’유감‘이라는 건가. 이 대표나 김 위원장이나 책임감, 수치심 같은 것은 장롱 속에 넣어두고 다니는 게 확실해 보인다. 시누이 김지나 씨의 블로그 글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쇠다. 

이와 관련해선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 마디 하긴 했다. 그는 지난 6일 “개인사에 관한 것이라 언급이 적절치 않다. 김 위원장이 입장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개인사라면 자질과 인성이야 어떻든 문제될 게 없다는 건가? 김 위원장이 아무 말도 안 하면 입장을 밝히라고 채근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 사람들 정말 편하게 정치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 민주당이 지난 8일 국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라는 것을 열었다. 이재명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우원식 당 ‘후쿠시마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총괄대책위’ 상임위원장이 참석했다. 간담 상대로는 6~12세 어린이 7명과 고등학생, 시민단체 대표들이 함께 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 8살 김 모 양이 말했다.

“저는 활동가이고 제 의견을 말할 수 있다. 내가 제일 싫은 것은 우리나라 대통령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을 찬성했다는 것이다.”

이 아이의 어머니인 장하나 전 민주당 의원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사무국장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 대표 지지를 선언했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페이스북에 “아직 정치적 판단력이 미성숙된 6∼8세 아동을 이렇게 홍위병으로 내세워도 되는 건가”라며 “이건 아동 학대”라고 썼다. 그러자 ‘정치하는 엄마들’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되레 국민의힘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장 전 의원 자녀가 “자기 부모가 활동가라서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라고(하는데). 그치만 그건 오해예요. 저희 어린이들도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막고 싶어요”라고 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8세 아동의 논리까지 빌려야 하나

‘이 대표가 하다하다 참으로 별짓을 다한다’는 느낌이다. 어쩌자고 이런 쇼까지 벌이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소위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무엇인지를 여덟 살짜리 아동이 스스로 파악하고, 비판적 시각을 갖기에는 무리다. 그 어머니가 가르쳐주고 나서야 가지게 된 생각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로서 방사선의 위험성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야 나쁘다고 할 까닭이 없다. 그렇지만 과학 대신에 괴담을 주입시키는 식의 일방적 교육은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더라도 어리석은 행위다. 

그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어른들의 정치모임에, 생각이 여물려면 앞으로도 오랜 세월이 필요한 자녀를, (자신들의 주장처럼) ‘활동가’로 참석시킨 점이다. 아무리 정치만능의 사회이고 그런 시절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에게까지 그 무한 정쟁이라는 사회적 질병을 옮겨 주지는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자신을 옥죄는 사법리스크를 정치적 역공으로 압도해 보겠다는 발상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그런 인상을 주고 있기도 하다. 오염수가 처리과정을 거친 다음, 대양에 방류되면 위험성은 거의 제로라는 게 과학적 사유와 실험의 결과다. 여덟 살짜리 아동의 논리까지 빌려야 할 정도로 핑계가 궁해진 것인가. 과학을 괴담으로 뒤엎으려 하는 것은 미신이 아니면 음해다. 어느 쪽인가? 

그럴 시간이 있으면 북핵과 중국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서나 연구하고 성토할 일이다. 그간 2000번도 넘게 저질러진 각국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어떻게 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도 좀 해보고…. 일본을 역성들 까닭은 없지만 정치지도자라는 사람이 과학을 부정하고 괴담에 경도된 것이 한심해서 하는 말이다. 언제까지 국민의 방사능공포감을 확대재생산할 작정인가.

더욱이 상대는 일본이지 우리 정부가 아니다. 우리가 막는다고 막아지는가? 왜 반대를 하지 않느냐는 건데, 국제정치의 논리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하든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겠다는 집착은 처량해 보이기까지 한다. 환태평양 지역의 그 많은 국가들은 이 대표만큼 똑똑하지 못해서 승인 혹은 묵인하고 있다고 여기는가? 왜 정치를 이런 식으로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런 해괴한 퍼포먼스, 황당한 억지주장이나 늘어놓으려고 정치를 하고자 한 것은 아닐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