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됐던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됐던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수해 사망자 수색 작업을 지원하다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사건 축소 및 외압 의혹을 폭로하고 TV 생방송에 출연한 것과 관련해 해병대사령부가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해병대사령부는 16일 오후 2시 사령부 부사령관실에서 열리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라고 지난 12일 박 대령에게 통보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해병대사령부는 박 대령이 지난 11일 국방부 검찰단 수사를 거부한 직후 KBS 1TV 시사 프로그램 '사사건건'과 '뉴스9' 등에 출연한 것을 문제 삼았다.

군인은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언론 인터뷰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해병대 공보정훈업무 규정과 군사보안업무 훈령을 근거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난 19일 오전 8시 51분께 채상병이 속한 해병대 수색조가 보문교 인근 하천 속에서 수색하는 모습[연합뉴스]
난 19일 오전 8시 51분께 채상병이 속한 해병대 수색조가 보문교 인근 하천 속에서 수색하는 모습[연합뉴스]

통상 징계위원회 징계위원은 징계 대상자보다 높은 계급이 맡게 되는 만큼, 박 대령보다 윗선인 장성급이 심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 11일 저녁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박 대령의 방송 출연에 유감을 표하며 "사실이 아닌 내용을 일방적으로 허위 주장한 것은 군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KBS에 대해서도 "피의자 신분으로 군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박 전 단장을 임의로 출연시켜 일방적 주장을 편파적으로 방송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힌 뒤 경례를 하고 있다.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됐던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힌 뒤 경례를 하고 있다.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됐던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박 대령은 16일 징계위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 대령의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13일 연합뉴스에 "진술권 보장을 위해 징계 조사를 요구하고, 이를 위해 1차로 징계위원회 연기 신청서를 낼 것"이라며 "동시에 징계기록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15일까지 (징계기록이) 도착하지 않으면 방어권 행사에 제한이 되므로 2차로 징계 연기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해병대 1사단장과 참모가 주고받은 카톡 대화[김경호 변호사 제공]
[해병대 1사단장과 참모가 주고받은 카톡 대화[김경호 변호사 제공]

 

이와 별개로 해병대사령부에 징계위원 명단 공개를 청구한 뒤 답변이 없으면 기피신청권 침해를 이유로 또다시 징계 연기신청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16일 징계위를 강행할 경우 이는 위법한 불공정 징계이므로 참석에 의미가 없다"며 "불출석 사유서 및 서면심리 요청서를 내고 변호인과 박 전 수사단장은 불출석한 뒤 항고와 행정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21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체육관인 '김대식관'에 마련된 고 채수근 상병의 분향소에 정부가 수여한 보국훈장 광복장이 채 상병 영정 아래에 놓여 있다[연합뉴스]
7월 21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체육관인 '김대식관'에 마련된 고 채수근 상병의 분향소에 정부가 수여한 보국훈장 광복장이 채 상병 영정 아래에 놓여 있다[연합뉴스]

한편 박 대령 측은 14일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할 예정이다.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사건 이후 군검찰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경우 군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설치되는 기구라고 연합뉴스는 설명했다. 

심의위원회는 5명 이상 2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수사 계속 여부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박정훈 해병대사령부 전 수사단장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국방부 제공]
박정훈 해병대사령부 전 수사단장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국방부 제공]

박 대령은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고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됐다.

그는 국방부 검찰단 출석이 예정돼 있던 지난 11일 군검찰 수사를 거부한 뒤 객관적이고 공정한 제3의 기관에서 수사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13일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실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정황과 추측을 하고, 가짜뉴스를 만들어가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가안보실에서 무엇을 수정해서 (수사) 절차가 어그러지는 그런 상황은 전혀 없었다고 본다"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종섭 국방장관(왼쪽)과 김태효 국가안보실1차장이 대통령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이종섭 국방장관(왼쪽)과 김태효 국가안보실1차장이 대통령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또 "언론에 나온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과거의 조직에 비슷한 관계 부서에서 이름이 같이 있었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면서도 "저 자신이 그러한 경우나 과정에서 (이 사건을) 접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채상병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개입해 진상을 은폐하려 한 의혹이 있다면서 국회 상임위 등에서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수해 지원 임무 수행 중 숨진 채수근 해병 상병이 소속된 해병대 제1사단의 임성근 사단장[해병대 제1사단 제공]
수해 지원 임무 수행 중 숨진 채수근 해병 상병이 소속된 해병대 제1사단의 임성근 사단장[해병대 제1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