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민 우영한의원 원장,
정준민 우영한의원 원장,

만성위염이나 식도염은 쉽게 재발하여 완치가 수월한 질병이 아니다. 이미 만성이 되었다면 담적(痰積)배출 중심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위와 식도 점막에 발생한 염증에 국한하여 치료를 하기보다는 장벽과 막의 경직을 해소하고, 그 경직의 원인이 되는 부적합한 음식을 가려내야 근본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20년 이상 만성 위염과 식도염 환자를 치료해 본 결과, 생활 습관 3가지만 바꾸면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새롭게 만들어야 할 첫 번째 생활 습관은 ‘아침밥을 먹는 것’이다. 흔히들 ‘밥이 보약’이라고 하지만 모든 밥이 보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침 5~8시 사이에 흰쌀밥 3숟가락 이상 꼭꼭 씹어서 먹는 것, 즉 ‘아침밥이 보약’이다.

한의학의 장부(臟腑)학설에 따르면 이 시간대에 소화기관의 기능이 최대로 활성화되기에, 이 때 먹는 밥은 어떠한 보약보다도 낫다. ‘브런치’나 ‘아점’은 첫 번째 식사는 될 수 있어도 아침밥이 되지 못한다. ‘현미식’이나 ‘잡곡밥’은 100번 이상 씹지 않는다면 소화기관에 도리어 부담이 되어 부적합하다. 아침밥을 제대로 먹는다면 치료효율은 50%이상 향상되고, 재발도 거의 없다. 반대로 아침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면 치료가 잘되지 않는다. 아침밥을 제대로 먹는 것이 다른 어떠한 치료보다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 생활 습관은 ‘따뜻한 물 마시기’다. 위염이나 식도염 환자들은 실제로 내부에 열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답답함’을 열로 착각해서 찬물과 얼음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또한, 과일과 샐러드 같은 차가운 음식도 많이 먹는다. 찬물과 차가운 음식은 배 안의 장기를 굳어지게 하고 혈액 순환을 방해하여 몸을 차갑게 만든다. 그러므로 뜨거운 물을 식혀가며 마시고, 야채는 익혀서 먹어야 만성위염을 예방할 수 있다.

세 번째 생활 습관은 ‘든든한 음식 먹지 않기’다. 밀가루 음식, 가루 음식, 튀김, 고구마, 당면, 삶은 계란 등은 먹을 때 목이 답답해지거나 뱃 속이 든든한 느낌이 든다. 목이 메는 것은 일종의 거부반응이고 과도한 포만감은 혈액이 위장으로 몰리는 현상이다. 어쩌다 한 번 섭취하면 며칠에 걸쳐 회복되겠지만, 반복적으로 든든한 음식을 먹다 보면 늘 위장을 포함한 소화기관에 혈액과 조직액이 과도한 상태로 있게 되어 소화관을 굳게 만든다. 굳어진 소화관은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못한다. 최대한 소화 시간이 빠른 음식을 먹어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 세 가지 생활 습관만 바꾸어도 별다른 치료 없이 만성위염이나 식도염이 낫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생활 습관을 바꾸었는데도 병이 낫지 않는다면 음식 민감도를 키워야 한다. 현대인들은 내게 맞지 않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누구에게 어떤 음식이 맞고 안 맞고는 남이 결정해주기 어려운 문제다. 가령 소불고기를 먹고 속이 편치 않다면, 소고기가 문제인지 아니면 거기에 첨가된 불고기 양념이 문제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큰 범주의 음식이 본인의 체질에 맞는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음식 민감도를 키워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함이 중요하다.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었을 때 불편한 증상이 생긴다면, 그리고 다시 그 음식을 먹었을 때 불편함이 더 커진다면, 누구나 그 음식은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이고 더 나아가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음식 민감도로 훈련이 되어 있다면 약의 도움 없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겠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많은 음식에 유혹받고 있어서 음식 민감도가 낮아져 있다. 한방 전문처방 차원에서는 ‘온백원’이나 ‘가감오적산’ 같은 약이 환자의 음식 민감도를 높여주어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스스로 구별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음식 민감도만 높아진다면 내게 맞지 않는 음식을 혼자서 파악할 수 있고 먹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위염과 같은 위장병은 더는 고민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