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우리나라는 2018년에 전체인구에서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4%를 넘어서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내후년인 2025년에는 20%를 넘어서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고, 2040년대에 가면 인구 셋 중 한명은 노인일 거라고 난리다.

과연 우리사회는 이렇게 심각한 고령화 위기에 직면하게 될까? 사람들은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갈 사회를 두려워하고 있지만 생각만 바꾸면 그렇게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인구 고령화 요인은 두 가지다. 장수와 저출생. 이중에서 적어도 장수로 인한 고령화는 우리가 사실을 잘못 인식하고 대응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분이 크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과거보다 나이 많은 사람의 비율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건강하니 오래 사는 것 아닌가.

사실 우리 앞에 직면한 고령화 문제는 ‘변화와 적응’의 시차 때문에 발생한다. 수명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개인의식과 사회제도는 더디게 따라가고 있다.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이다. 그래서 고령화 위기의 극복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노년에 관한 기존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요즘 60~70대는 노년기가 아닌 성장기다. 일할 수 있는 건장한 사람을 노인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고령화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

왜 풀어야 할 문제를 풀지 않고 엉뚱한 데서 답을 찾고 있는지 모르겠다. 장수 문제를 ‘일’로 풀어야지 왜 ‘연금’으로 풀려고 할까. 은퇴시키고 연금주고, 이게 답이 아니다. 60평생 시대의 생각과 사회제도는 100세 인생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를 인생의 쇠퇴기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고령화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건강한 엑티브 시니어들이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고령자 복지사회는 ‘충분히 연금을 주는 사회’가 아니라 ‘일할 수 있게 하는 사회’다.

정부에서 6070세대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를 지원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지만 마땅한 것이 별로 없다. 원래의 직장에서 하던 일과 임금을 같이 줄이면서 점진적으로 은퇴하는 제도를 확대했으면 좋겠다. 은퇴자를 재고용하는 회사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고령자들 때문에 청년취업이 힘들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젊은이와 고령층의 취업시장은 상당히 다르고, 고령자 고용은 일자리 파이를 키우는 효과도 있다.

정년제도는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체력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고령인력의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지식과 경륜이 중요한 부분에서는 오히려 고령인력이 장점을 가질 수 있다. 60세 정년은 너무 빠르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정년이라는 관행은 그다지 찾아볼 수 없고, 봉급 대신 연금을 선택할 수 있는 은퇴연령이 있을 뿐이다. 정년제도가 유지되는 일부국가에서도 고령화 대처를 위해 정년연령을 상향조정하고 있다.

정년 개선은 기업의 인사보수체계 및 고용문화와 연결되어 있다. 기업이 중·고령 인력의 조기은퇴를 강요하는 것은 연공서열 중심의 조직문화와 근속가봉의 보수체계 때문이다. 세월가면 승진시키고 봉급 올려줘야 하는 부담을 견딜 수 없다. 빨리 성과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노동 유연성이 낮은 것도 이유다. 만약 직무중심으로 조직문화가 바뀌고 직무역량이 떨어지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면 굳이 연령정년을 둘 필요가 없다.

연금제도를 지속가능하게 개혁하는 것도 미룰 수 없다. 수명연장으로 연금 받는 기간은 늘어나고, 인구감소로 보험료 납부대상은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1980년 66.1세, 2021년 현재는 83.6세로 늘어났다. 출생아수보다 사망자수가 더 많은 인구 자연감소 현상이 2019년 11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공적연금에 대한 국가보장을 법률로 규정한다지만 장래에 이행될 수 없는 약속이 될 게 뻔하다.

기초연금인들 온전할까? 부양해야 할 노인은 많고 돈을 대는 젊은 층은 줄어드니 확대는커녕 축소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인구 감소 시대에 사회보장시스템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회보장 적자의 주범이 노인으로 지목된다면 노인배척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이제 노후생계는 점점 개인의 몫이 된다. 국가는 개인의 노후대비를 장려하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가 가장 치명적인 사람은 은퇴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노년들이다. 고령의 은퇴자들은 임대소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 대한 세재지원도 필요하다. 국가는 고령자들이 많이 가졌다고 뺏으려 들지 말고 스스로 노후를 잘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엑티브 시니어! 이제 고령자들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는 그만 이야기하고, 고령자가 이 세상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