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자신의 몸과 마음을 편하고 쾌적하게 하는 것이 휴식이다. 한자를 들여다보면,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休) 자연스럽게 마음을 내려놓고 있는(息) 모양새다. 이처럼 보통 휴식이라고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있는 것을 가리킨다. 곤히 잠을 자거나 인지능력을 전혀 쓰지 않고 진짜 가만히 있는 것을 대체로 휴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쉬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방법도 다 다르다. 바쁜 일을 내려놓고 멍하니 먼 산 바라보거나, 차를 마시면서 여유로움을 즐긴다거나, 좋아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거나, 정말 아무 것도 안하고 혼자 가만히 있는 방법 등 가지가지다.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멀리 여행을 떠나서 분위기 전환을 한다던가, 아니면 정반대로 하루 종일 잠을 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도 있다. 고요한 공간에서 좌선을 한 채 눈을 감고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명상도 있다.

이중에서 명상을 최고의 휴식방법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찾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나는 청소년 시절에 절에 다니면서 참선을 좀 해 봤지만 자꾸 잡생각만 떠올라서 그만뒀다. 물론 제대로 배워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마음을 비우려고 할수록 더욱 또렷하게 헛것들만 어른거리니 한심한 노릇이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의 명상은 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내게는 아주 낮은 차원의 잘 쉬는 기술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잘 쉴 수밖에 없도록 몸과 마음을 어느 정도 소진해버리는 것이다. 열심히 생각하고 지칠 정도로 몸을 움직이고 나면 생채리듬에 따라 자연스럽게 잘 쉴 수밖에 없다. 열심히 일을 하고 매일 한두 시간씩 운동을 해보라. 피곤하고 나른해서 잠도 무척 잘 온다. 모두가 다 아는 단순한 사실인데, 많은 사람들이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아내가 내게 잘하는 말이 있다. “당신은 어떻게 머리가 방바닥에 닿기도 전에 잠이 들어? 진짜 신기해.”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밤잠은 물론 낮잠도 잘 잔다. 소년시절에 불면증과 가위눌림에 시달린 얘기를 하면 아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받아친다. 사실 나는 이 단순한 기술을 실천하기 전까지는 신체적으로 꽤 힘든 시절을 보냈는데, 40대 초반에 머리 쓰는 공부와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개선되었다.

나이가 좀 들었지만 지금도 의자든 방바닥이든 가만히 등을 기대기만 하면 편안해지고 조금 있으면 곧 잠이 든다. 잘 쉬지 못해 피곤하거나 잠 못 들어 힘든 날은 없다. 물론 요즘도 매일 1시간 반 정도의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책보고 글 쓰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가리는 음식은 없고 술도 맛있게 자주 먹는 편이다.

우리는 일만 있고 휴식이 없거나, 일은 없고 휴식만 있는 세상에서 살 수 없다. 일과 휴식을 병행하면서 살아간다. 열심히 일을 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휴식을 적당히 배치해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제대로 쉬는 것이다. 잠깐 잠깐 눈을 붙이는 것만큼 머리를 맑게 해주는 것은 없다. 진정한 휴식은 일과 휴식에서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다.

쉰다는 것은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잘 쉬어야 컨디션을 회복하여 일을 잘 할 수 있다. 지친 몸으로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은 무딘 낫으로 힘들게 풀을 베는 것과 같다. 가끔씩 논두렁에 앉아 쉬면서 낫을 갈아줘야 능률이 오른다. 그러나 너무 오래 쉬다가는 기력을 아예 잃어버릴 수 있다. 자연스럽게 적당히 쉬어야 한다.

물이 흐르면 자연히 도랑이 생기듯이 일을 하면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잘 쉴 수 있다. 지는 꽃은 또 피지만 꺾인 꽃은 다시 피지 못한다. 억지로 쉬려고 하지 말자. 일을 열심히 하면 잘 쉴 수 있고, 잘 쉬면 또 일을 잘 할 수 있다. 적당히 몸을 움직이고, 신선한 공기를 한껏 마시고, 마음가짐을 느긋하게 하며, 적당하게 식사를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자. 이것 이상으로 잘 쉴 수 있는 기술은 없다.

세상의 별의별 약제를 다 먹는다 해도 몸과 머리를 쓰는 일 없이는 달콤한 휴식을 맛볼 수 없다.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