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구 한중미디어연구소 대표.
조재구 한중미디어연구소 대표.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얘기하자면 너무 복잡다단하다. 긴 시간에 걸쳐 논의한다 해도 속 시원한 해답을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두 나라 간의 관계는 과거의 역사에서부터 현재의 사드 보복 문제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얽혀있는 현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편함을 극복한 한국과 중국은 1992년 8월 24일 역사적인 수교 관계를 체결하였다. 전쟁과 이념대결이라는 긴 상흔을 안고 양국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수교 관계를 맺었다. 수교 소식은 양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였으며, 양국 국민에게 큰 희망이 되기도 하였다. 

한중 수교는 무엇보다 남북한 간의 긴장관계 완화를 통하여 제2의 경제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마련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한국과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지위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 과학강국, 군사강국, 문화강국의 반열로 올라서게 되었다. 

중국에서 한국의 지위 갈수록 축소 

   2023년 8월은 한중 양국이 수교를 맺은지 31주년이 되는 해이다. 2023년 GDP 기준 한국은 세계 13위, 중국은 2위의 경제강국으로 부상하였다. 그리고 수교 이후 교역량과 인적 교류는 비약적으로 도약하였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53.8배, 중국의 대한국 수출은 29.3배로 늘어났으나, 중국에서 한국의 상대적 지위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원인과 배경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 원인과 해법은 너무도 극명하게 다르다. 어떤 전문가는 “이제는 중국과의 경제교류 등을 끊고 미국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그래도 우리는 ‘安美经中’의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어,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의 입장은 명료하다. 1992년 당시에는 중국의 과학기술력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 선진국의 고급 기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세계 제2의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여 로봇은 물론 우주항공 등 대부분의 첨단산업 분야까지 자체 기술력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수입이 감소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 수교 직후 중국 정부는 한국 기업(외국 기업 포함)이 중국에 진출하면 세금과 인프라 등은 물론 기업 활동에 불편한 것들을 즉시 해결해 주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 정부의 태도는 초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에서 오랜 기간 기업을 하다 철수하거나 폐업한 사람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중국 정부의 자국 내 기업 보호를 위해 외국 기업들에게 과도한 규제와 기업 활동의 제약, 기술탈취 등으로 더 이상 중국에서의 기업 활동은 무의미한 상황이었다고 호소하였다. 이러한 불공정한 규제와 시장을 경험한 한국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중국 속 한국은 작아지고, 한국 속 중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러한 항변은 비단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외자 기업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한중관계...‘동상일몽’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마련 시급

   현재 중국 정부가 안고 있는 핵심 현안들을 살펴보면 경제성장 둔화 수출 감소 청년 층의 높은 실업 ④내수 부진 ⑤안보 갈등 등이다. 위에서 지적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 혼자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다. 다른 국가와 긴밀한 협력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제 중국 정부는 긴 호흡으로 현재의 상황을 냉철하게 점검해 봐야 할 때이다. “왜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지?”, “왜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계속 철수하고 있는지?”, 그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30여 년간을 중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다 떠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단순히 미국의 압력과 임금 인상 때문일까? 이러한 자기합리화 적인 진단으로는 중국의 미래를 담보하지 못할 것이다. 외자 기업에 대한 차별 없는 기업 활동 보장, 자유스러운 기업 활동 환경 조성, 국제법 규범에 맞는 법 집행, 외자 기업의 기술 보호 장치 마련 등의 조치가 실질적으로 실행될 때 중국의 경제성장과 국제관계도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

조재구
-중국인민대학 신문학원 언론학 박사
-전 중화TV 대표이사
-한중미디어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