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7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신청 연기 결정에 대다수 코인이 횡보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동안 코인 시장의 침체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4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오후 4시 40분 기준 전일 대비 0.15% 오른 2만596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일주일 동안 변동없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다. 시총 10위권 내 주류 알트코인에서도 관망세가 확인된다. 지난 7일 전 가격과 비교해 이더리움은 1600달러 초반대를, 리플은 0.5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이자 투자심리도 위축되는 모양새다. 이날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알터너티브의 자체 추산 '공포·탐욕 지수'는 전월 대비 14포인트 내린 40을 기록하며 '중립' 단계에서 '공포' 단계로 돌아섰다. 해당 지수는 0점으로 갈수록 투자에 대해 비관하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100점에 근접할수록 낙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지연된 탓이다. 지난 1일 SEC는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들이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결정을 오는 10월 중순으로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거대한 미국 증시 내 현물 ETF가 승인되면 제도권 내에서 비트코인의 사용처를 넓혀 코인 시장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정이 뒤로 미뤄졌지만, 승인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SEC 전 의장인 제이 클레이튼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ETF에 대한 승인은 불가피하다"며 "선물상품과 현물상품의 이분적 구분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올해 상반기 기관투자자 자금 유입 트렌드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면 올해 안에 미국 증시에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지난 6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한 시점은 그레이스케일과 SEC의 소송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출시 후 1년 이내에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예측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1990년대 ETF 대중화로 제도권의 투자 대상이 확대되면서 금이나 원유와 같은 비금융권 자산이 대체 투자자산으로 부각됐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증시에 상장된다면 가상자산의 제도권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 업계 발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코인 시장의 침체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듀크 대학교의 가상자산 법학 교수 리 레이너스는 현 상황과 관련해 "시장에 활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투자자들은 이러한 자산이 영원히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온체인 시장 플랫폼 글래스노드의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의 투기적 관심을 평가하는 기준인 비트코인 ​​선물 미결제약정은 5개월 만에 최저치인 113억 달러로 떨어졌다. 이는 거래자가 변동성이 큰 코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향후 비트코인의 전망도 밝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비트코인 하락세를 두고 규제 조사, 환경 반발, 이더리움와 같은 대체 가상자산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비트코인의 상승 잠재력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JP 모건의 CEO인 제이미 다이먼은 "많은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했던 빠른 부자의 약속은 이제 먼 꿈처럼 보인다"며 "가상자산 열풍은 빠르게 추진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