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화웨이가 최근 7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된 새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하자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 화웨이기 지난 주 공개한 7나노 스마트폰을 사려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중국 화웨이기 지난 주 공개한 7나노 스마트폰을 사려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미국 등 서방 진영 일부에서는 중국이 대중 반도체 규제를 극복해 기술 자립을 이룬 성과라고 평가하는 가 하면 미국 백악관까지 나서 정밀 분석에 나서겠다고 밝혀 더 강도높은 규제가 나올 수 도 있다는 시각도 힘이 실리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7나노 화웨이폰 공개는 중국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美 백악관, 이례적으로 화웨이폰 분석에 나서...반도체 칩 기술 수준 정밀 분석할 듯

  제이크 셜리반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5일(현지시간) 극히 이례적으로 화웨이 새 스마트폰에 대한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진=블룸버그통신
  제이크 셜리반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5일(현지시간) 극히 이례적으로 화웨이 새 스마트폰에 대한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진=블룸버그통신

 5일(현지시간) 제이크 셜리반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에 대한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백악관이 이처럼 신속히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게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은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 최신 폰을 분해한 결과 화웨이의 7나노 스마트폰 프로세서는 세계 1, 2위 TSMC와 삼성전자가 양산 경쟁 중인 3나노 공정에 5년 이상 뒤처진다고 평가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SMIC 주가가 화훼이 7나노폰 공개이후 급등하고 있다. 자료=블룸버그통신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SMIC 주가가 화훼이 7나노폰 공개이후 급등하고 있다. 자료=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은 이 프로세서(AP)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의 2세대 7나노 공정 칩 '기린 9000s'로 확인됐지만 두 회사가 협업해서 개발했는 지, 아니면 SMIC 단독 제품인지는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화웨이의 7나노 스마트폰 프로세서는 세계 유일의 EUV 생산 기업인 네덜란드 ASML사의 구 모델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이용했다. 

 ◇ 중국정부, 반도체 굴기에 400억달러(55조원) 추가 투자

 중국 정부는 지난 주 화웨이의 조용한 '반기(反氣)'에 힘입어 400억달러를 반도체 분야에 추가 투자키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화웨이가 중국 화웨이가 차세대(5G) 이동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장착한 최신 휴대폰을 출시하면서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대한 돌파구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하고 미국 등 반도체 강대국을 따라잡기 위해 이같은 대규모 국영 펀드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했다.

 이 통신은 정통한 두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소식통 중 한 명은 "주요 투자 분야 중 하나는 칩 제조용 장비"라고 말했다.

 화웨이가 7나노 공정 기반의 AP를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화웨이가 해당 반도체 기술에 대해 함구하는 가운데 중국 내에선 이제 중국 독자적인 첨단 반도체 설계·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민족주의적인 감정이 분출하고 있다.

 메이트 60 프로를 사려는 대기 행렬이 늘어서고 판매 물량 부족으로 웃돈 거래가 성행하는가 하면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띄우기'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은 미국의 극단적인 압박이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화웨이의 기술 자립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대다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화웨이가 메이트 60 프로 출시로 미국에 상징적인 승리를 했지만, 역풍은 여전하다"면서도, "문제의 칩이 어디서 공급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고 짚었다.

  SMIC의 2세대 AP인 '기린 9000'. 수율이 반도체업계 평균(90%)에 크게 못 미치는 5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료=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SMIC의 2세대 AP인 '기린 9000'. 수율이 반도체업계 평균(90%)에 크게 못 미치는 5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료=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 대중 반도체 규제 더 강화될 가능성 ↑...美의회 압력, 거세질 것

 테크인사이트의 댄 허치슨 애널리스트는 "중국으로선 반도체 기술 자립의 큰 고비를 넘었을 지 모르지만 미국을 위시한 서방 진영들의 대중 반도체 규제 강도는 더 거세질 게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증권사 제프리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이 백악관 상무부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기존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대한 문제점을 점검하고 더 강도높은 대책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미-중간 반도체 전쟁은 더 악화일로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이브칼 드래곤노믹스의 틸리 장 애널리스트는 화웨이의 7나노 폰에 대한 성능을 평가절하했다.

 그는 "웨이퍼 당 수율이 적기 때문에 수익률이 극히 낮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많은 연구기관들은 SMIC의 수율률이 업계 평균인 90%에 훨씬 못 미치는 50%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술 자립이라고 말하기에는 시기 상조라는 얘기다.

 한편 월가에서는 美의회가 대중 반도체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