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밥상 물가'가 요동칠 기미를 보이자 정부가 재차 물가 단속에 나섰다. 식품업계는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추겠다”는 입장이지만 대내외 가격 인상 요인이 쌓인 상황이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간담회를 주재하고 주요 식품·외식업체 22개사를 소집했다. 이들 업체에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이날 한 차관은 업계 관계자들에 가격 부담 완화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고, 각 관계자들은 당분간 가격 인상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간담회엔 식품업계에선 김상익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 황성만 오뚜기 대표이사,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 김성용 동원F&B 대표이사, 황종현 SPC삼립 대표이사,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이사,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이사, 김진홍 풀무원식품 대표이사, 김광수 동서식품 대표이사, 이인기 매일유업 전무, 최성철 롯데웰푸드 상무, 신동승 오리온 상무, 김명철 한국식품산업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외식업계에선 윤진호 교촌에프앤비 대표이사, 김태천 제너시스BBQ 대표이사, 이훈종 bhc 부사장, 강형준 명륜진사갈비 대표이사, 이재욱 피자알볼로 대표이사, 문수현 맘스터치앤컴퍼니 전무, 김신영 투썸플레이스 전무, 김복미 걸작떡볶이 대표, 김혁용 롯데GRS 팀장, 유상엽 스타벅스코리아 팀장, 김대권 한국외식산업협회 부회장, 김상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실장 등이 참석했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식품·외식업계와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농림축산식품부)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식품·외식업계와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농림축산식품부)

간담회에 참석한 업체들은 하반기 가격 인상 계획이 없거나, 있더라도 최소화하겠다는 등 정부 요청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내외 가격 인상 요인이 산적해 있어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실제로 최근 낙농진흥회는 우유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을 리터(L)당 88원 오른 1084원으로 결정했다.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인상 폭이다. 이에 우유가 쓰이는 아이스크림, 과자 등의 가격이 잇따라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또 치킨업계의 경우 높은 육계(肉鷄)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육계는 치킨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원재료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이달 1~10일까지 육계생계(대)의 가격(운반비포함)은 1㎏당 평균 2377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 동기 1890원 대비 32.3% 높은 수준이다. 이는 최근 폭염으로 육계의 생산성이 저하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 안정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최근 고물가로 소비자 부담이 덜어야겠다는 공통된 의견도 있었다”며 “그러나 원재료, 물류비, 기타 제반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 내부적으로 최대한 버텨보겠지만 가격 인상 억제가 장기화되면 업체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가격 인상 계획이 없었다. 또 최근 소비자 물가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일부 가맹점주들은 꾸준히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외식업은 가맹점주가 중심인 만큼 정부 기조에 따르는 것을 이유로 가맹점주들의 요청을 계속해서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원재료 외에 외부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배달 비용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배달 비용이 늘어날수록 가맹점주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수익성을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을 요구한다.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다”라며 “물론 가맹점주들도 현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결국 일반 국민이다. 가격 인상 없이 고통을 감내하라고만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