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민 우영한의원 원장.
정준민 우영한의원 원장.

콧물, 코막힘이 주증상인 비염은 만성이 되면 집중력 저하, 두통, 잦은 감기 그리고 축농증으로 변화된다. 비염은 흔히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질병이지만, 비염이 완치되었다는 말을 듣기는 어렵다. 비염의 원인이 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호흡기계통과 피부, 그리고 횡격막에 이르는 몸통에서 발생한 불균형에 원인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비염이 쉽게 낫지 않는 이유를 동의보감에서 찾아보자. 동의보감에 따르면 폐가 상하는 것은 몸을 차갑게 하는 것과 차가운 것을 마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필자가 20년 넘게 비염 치료를 해 보았어도 위의 2가지 경우를 벗어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비염의 원인 두 가지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해보자.

첫 번째 원인은 몸을 차갑게 하는 경우이다. 뜨거운 여름날 에어컨 찬바람에 장시간 노출되면 바람이 피부의 수분을 증발시켜 표면온도를 낮게 만들고 피부를 수축되게 한다. 운동을 마치고 땀을 흘린 상태에서 찬바람을 쏘인다면 더 심한 상태가 된다.

특히, 뒷머리에서 목, 어깨 등으로 이어지는 부위가 가장 온도변화가 심하고 수축이 많이 된다. 이곳이 수축되면 폐의 상부를 활용하는 흉식호흡이 제한되고, 심한 경우, 가슴이 펴지지 않고 앞으로 구부러진 채로 있게 되어 잘 때 누워서도 어깨가 바닥에 닿지 않게 된다.

비염환자가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면 무조건 상황을 바꿔야 한다. 머리에서 등에 이르는 피부에 바람이 직접 닿지 않게 해야 한다. 바람막이 후드자켓을 늘 갖고 다니면서 몸을 찬바람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땀을 흘렸다면 덥더라도 천천히 몸이 식도록 해야 하며 더운물 목욕으로 피부온도를 높이고 몸을 부드럽게 만들어서 흉식호흡이 원활해지도록 해야 한다.

덥다고 아무 생각 없이 에어컨 리모컨부터 찾는 습관은 매우 고치기 힘들지만, 이 습관을 바꾸기만 한다면 비염뿐만 아니라 천식과 폐암등 모든 폐질환의 예방과 치료에도 큰 효과가 있으니 반드시 고쳐야 한다.

비염의 두 번째 원인은 차가운 음식을 먹는데서 온다. 차가운 음료나 음식은 어떻게 폐를 망가뜨리는가? 더위를 느끼는 부위는 얼굴과 가슴(폐)이지만, 찬 음식을 먹어서 식혀지는 부위는 위(胃)와 장(腸)이다. 덥다고 차가운 커피나 음료를 입에 달고 다니고, 따뜻한 밥 대신 차가운 음식만을 찾게 되면 장과 위는 수축되고 굳어진다. 이것이 바로 담적(痰積)이다. 계속 담적이 커지면 복부는 단단하게 덩어리가 되어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방해하여 복식호흡이 줄어들게 만든다. 이런 담적을 없애기 위해서는 따뜻한 쌀밥에 따뜻한 음료를 늘 먹고 마시고, 이미 한담(寒痰)이 되었다면 온백원(溫白元), 가감오적산(加減五積散)등과 같은 한약을 복용해야 한다. 

찬바람과 찬음식은 원활한 흉식호흡과 복식호흡을 방해하여 호흡의 밸런스를 무너뜨린다. 들숨과 날숨의 총량이 적어지거나 비율이 맞지 않으면 노폐물의 배출이 완전하지 못하게 되어 찌꺼기가 남게 되고 염증이 쉽게 발생한다. 하지만 찬바람을 피하고 뜨거운 음식을 즐기는 생활을 하면 호흡의 밸런스 역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비염이 머무를 곳이 없게 된다.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이 80%가 넘고, 겨울에도 차가운 커피를 즐겨 마시는 얼죽아 (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 문화의 나라에서 찬바람을 피하고 차가운 음료를 마시지 않고 사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일지 모른다. 하지만 비염은 약으로 원인을 제거할 수 없는 대표적 질환이다. 20년, 30년 이상 다양한 치료를 해도 낫지 않던 비염 환자들이 찬바람을 피하고 찬 음식 대신 따뜻한 음식을 찾아 완치가 된 사례는 많다. 덥다고 마시는 차가운 음료와 에어컨 찬바람을 피한다면 당신도 비염에서 완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