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CJ제일제당의 납품 단가 갈등이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그간 두 회사는 갈등 봉합보다는 서로를 견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쿠팡은 갈등이 있었던 제조사들과 화해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CJ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진출해 있는 각 사업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그룹 계열사 및 쿠팡 외 플랫폼들과의 협업으로 쿠팡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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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와 유통업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에도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오히려 서로 없어도 상관없다는 듯 대체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쿠팡의 경우 CJ제일제당과의 갈등이 불거진 이후 햇반, 비비고, 김치 등 주요 브랜드의 판매를 중단하고 이를 대신할 경쟁사 및 중소기업들의 제품을 발굴해 시장을 키웠다.

실제로 쿠팡은 올해 1분기 식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중견·중소 식품 기업들이 가성비와 품질로 무장한 좋은 상품을 늘린 점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CJ제일제당도 쿠팡을 배제한 채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1일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과 업무제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마케팅과 유통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CJ제일제당은 B마트 내 전용관을 신설하고 햇반, 스팸 등 주요 브랜드 및 배달커머스 서비스 특성에 맞는 냉동·냉장식품을 개발키로 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신세계(이마트, SSG닷컴, G마켓), 네이버, 11번가, 컬리 등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다양한 판촉 행사를 진행하고, 각 플랫폼 특성에 맞는 전용 상품을 개발하는 등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CJ제일제당은 가정간편식(HMR) 신제품 13종을 신세계 유통 3사에 먼저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다른 유통채널보다 두 달 먼저 선보이는 것이다. 지난 7월에는 컬리에서 '햇반 골든퀸쌀밥' 단독 출시한 바 있다.

(사진=쿠팡)
(사진=쿠팡)

한편 쿠팡은 CJ제일제당 외에도 CJ그룹 주요 계열사와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부딪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택배와 뷰티, 엔터테인먼트 등이다.

우선 택배의 경우 지난달 광복절 연휴에 쿠팡과 CJ대한통운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CJ대한통운 등 기존 택배사들은 택배기사들이 징검다리 연휴를 즐길 수 있도록 쉬는 제도인 '택배 쉬는 날'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쿠팡 측이 '쿠팡은 1년 365일이 택배 없는 날'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쉬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쉴 수 없어 여름휴가를 못 가는 택배기사들을 위해 택배 쉬는 날을 지정했다"고 설명하면서 기존 택배사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왜곡된 주장을 바탕으로 기존 업계를 비난한다"며 "업계의 노력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택배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택배 물동량은 약 36억개 수준인데, 이중 쿠팡 비중은 약 13억개로 시장 점유율이 36.1%에 달한다. 

쿠팡은 본업인 이커머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립 이후 6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결과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에 이르는 물류 시설을 갖추게 됐다. 쿠팡은 이를 기반으로 신선식품을 포함한 수백만 개에 달하는 상품을 빠르면 수시간 이내에 전국에 배송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쿠팡은 2021년 CLS를 설립해 택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물류 전문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를 출범했다.

반면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 2020년에는 50%를 넘겼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점유율은 44.3% 수준이다. 

이처럼 쿠팡이 선전하자 CJ대한통운은 점유율 확대 및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해 네이버와 브랜드 판매, 물류 데이터 확보 지원 등 기술 솔루션 '네이버 도착보장'을 함께 개발했다.

뷰티 시장에서도 쿠팡과 CJ는 서로를 고발하는 등 갈등이 한창이다. 지난 7월 쿠팡은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 측은 CJ올리브영이 납품업체에 배타적 거래 행위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 및 성장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CJ올리브영 측은 협력사들에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쿠팡과 CJ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쿠팡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519만8554명으로, 2위인 CJ ENM이 운영하는 OTT '티빙'(522만1802명)을 바짝 쫓고 있다.

쿠팡은 최근 콘텐츠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쿠팡은 연예 매니지먼트사 '씨피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방송인 신동엽과 전속계약도 체결했다. 쿠팡은 하반기 관련 사업에 4억달러(약 54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유명 PD를 빼오는 등 콘텐츠 사업 부문에서도 CJ그룹과의 경쟁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사진=CJ그룹)
(사진=CJ그룹)

이처럼 쿠팡이 여러 사업분야에서 영향력이 커지자, CJ는 주요 계열사 외에도 신세계그룹, 네이버 등 쿠팡과 양강 혹은 삼강구도를 형성 중인 플레이어들과 함께 이른바 '반쿠팡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많은 분야에서 쿠팡과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반쿠팡 연대 내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갈등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업계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 쿠팡과 CJ의 갈등이 단순한 감정싸움이나 해묵은 제조-유통업체간 갈등이 아닌 시장 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 우위를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업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쿠팡이라는 신흥 강자와 이를 저지하기 위한 기존 업체들 간의 기싸움이 이번 갈등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유통-제조사간 갈등으로 바라보면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여러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갈등이 있다는 점에서는 특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 측의 갈등이 언제까지 이어지고, 앞으로 더 확대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쿠팡-CJ의 갈등 이후 제조사들이 특정 유통 채널에 의지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업계 전반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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