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음속전투기 KF-21 2호기[방위사업청 제공. 연합뉴스]
국산 초음속전투기 KF-21 2호기[방위사업청 제공. 연합뉴스]

4.5세대 한국형 초음속전투기 KF-21(보라매)의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진상짓'에 골머리를 앓아온 한국에 낭보가 찾아들었다.

엄청난 오일 달러를 토대로 국제 방산시장에서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아랍에미리트(UAE)가 KF-21 공동개발사업 참여 의사를 한국에 공식 타진하고 나섰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UAE는 1조원가량의 분담금을 미납한 인도네시아의 미납금 전액과 나머지 분담금 대납 의사까지 밝히는 등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UAE 확대회담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UAE 확대회담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아부다비)

이에 따라 그동안 '진상짓'으로 우리 정부와 국민의 분노를 촉발한 인도네시아를 사실상 배제하고 한국과 UAE가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UAE는 K-방산 '큰손'... 중동권 처음으로 천무 다연장로켓 도입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그동안 'K-방산' 제품의 대(對)중동수출에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7년 중동권에서는 처음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천무 다연장로켓(MLRS)을 도입해 실전배치했다. 

한화디펜스가 UAE에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II' 발사대를 수출한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천궁 발사대[한화디펜스 제공. 연합뉴스]
한화디펜스가 UAE에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II' 발사대를 수출한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천궁 발사대[한화디펜스 제공. 연합뉴스]

올해 들어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한국형 사드'인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단골손님'인 UAE가 KF-21에 대해 관심을 보여온 사실은 여러 차례 알려졌지만, 한국 정부에 사업 참여 의사를 직접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UAE가 KF-21기사업에 적극성을 보이는 이유는 미국과 러시아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에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F-35A 스텔스 전투기[AP=연합뉴스 자료 사진]
F-35A 스텔스 전투기[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실제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출범과 동시에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F-35A기의 대(對)UAE 판매를 좌절시켰다. 이에 UAE는 러시아에 개발자금을 지원, '체크메이트'기 개발을 시도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역시 좌절됐다.

상황이 예상치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불안감을 느낀 UAE는 양산단계에 돌입한 후 블록2와 블록3(스텔스기)개량사업까지 진행할 KF-21에 눈을 돌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진행합시다"...UAE, 국가안보실에 공식서한 발송

복수의 정부 소식통와 일부 언론에 따르면 UAE는 이달 초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KF-21 개발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협력 의사를 담은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시스템 아부다비 지사 개소식에 UAE 국방부 산하 타와준 경제위원회(TAWAZUN Economic Council), TTI(Tawazun Technology and Innovation), UAE 소요군인 AFAD(Air Force and Air Defence)의 핵심인사, 대한민국 공군 파견요원, UAE 주재 한국 대사관 및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이사(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참석해 뜻 깊은 시간을 함께했다.(사진=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 아부다비 지사 개소식에 UAE 국방부 산하 타와준 경제위원회(TAWAZUN Economic Council), TTI(Tawazun Technology and Innovation), UAE 소요군인 AFAD(Air Force and Air Defence)의 핵심인사, 대한민국 공군 파견요원, UAE 주재 한국 대사관 및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이사(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참석해 뜻 깊은 시간을 함께했다.(사진=한화시스템 제공)

서한을 보낸 곳은 방산획득 업무를 담당하는 타와준(Tawazun)경제위원회. 이 위원회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UAE 국빈방문 당시 논의한 군사분야 협력 등 대규모 경제협력 방안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서한을 보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UAE는 타와준경제위원회 사무총장 명의로 된 서한에서 'KF-21 사업 협력'을 직접적으로 표기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UAE는 해당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채 협력을 희망한다는 수준의 언급을 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반발을 우려해서라는 해석이다. 

[그래픽]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 일지[연합뉴스]
[그래픽]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 일지[연합뉴스]

그러나 서한에서 KF-21에 대한 인니 투자분을 대체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것은 주목할만하다는 평가다.  

UAE가 인도네시아가 미납한 분담금 9900억원을 자신들이 대체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한국의 '분노 게이지'를 높여온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UAE는 다음달로 예정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의 방한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국 정부도 골칫거리인 인도네시아에 더이상 끌려다니면서 아까운 시간과 빗발치는 비난성 여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연합뉴스]

UAE의 제안이 현실화되면 KF-21 사업은 표면적으로는  한·인니·UAE 3각 협력체계로 구축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과 UAE가 중심이 돼 '돈걱정'없이 사업에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UAE는 KF-21 블록 2와 블록3 개발사업에 관심이 큰 만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의 방한에서 '파격적인' 제안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배째라' 인니 태도와 美정부 수출승인 절차 등 변수도 만만찮아 

윤석열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최근 양국 정상회담에서 KF-21 공동개발사업의 성공적 마무리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코위 대통령의 이런 의지 재확인에 대해서는 불신감이 더 높다. 지난 2월까지 인도네시아는 1조2700억원의 분담금을 납부해야 했지만, 지금까지 2800억원만 납부했다. 9900억원이 미납된 것으로 밝혀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한·인도네시아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한·인도네시아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구나 인도네시아는 미납 분담금을 현금이 아닌 팜오일 등 현물로 납부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제 F-15EX 전투기,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 등 도입에는 현금을 동원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현물로 내겠다지만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 관계자는 파이낸셜뉴스에 "인도네시아와 UAE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아 우리 측에 UAE가 협력 의사를 전해온 만큼 3국간 협력체계가 구축될 수도 있다"며 "다만 사업 성격상 단순히 UAE가 투자를 한다고 UAE가 원하는 카드를 제공하는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방위사업청이 28일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오후 3시 49분 이륙해 33분 동안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KF-21 시제 6호기[방위사업청 제공. 연합뉴스]
방위사업청이 28일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오후 3시 49분 이륙해 33분 동안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KF-21 시제 6호기[방위사업청 제공. 연합뉴스]

관계자는 이어 실제 공대공과 공대지 무장을 갖춘 KF-21에 적용된 관련 기술을 비롯해 부품들은 미국 등 제3국의 수출승인 절차가 필요한 만큼, UAE가 참여한다 해도 KF-21 수출과정에서 관련 국가들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엿다.

또 다른 군사 소식통도 엔진, 무장체계, 비행통제시스템 등 핵심기술이 미국에서 공급받은 만큼 향후 미국의 승인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니 "UAE 덕에 곧 양산단계들어갈 것"... "KF-21보다는 터키 KAAN에 더 큰 관심"

인도네시아의 유력 군사 전문매체 조나 자카르타는 17일 "UAE가 인도네시아 및 한국과 함께 KF-21 보라매 개발을 돕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면서, 곧 양산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 8월 중국군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미국과 대만을 동시에 겨냥한 전례 없는 화력 시위를 벌였다.사진은 대만 무력시위 동원된 J-20 전투기의 모습[중국중앙(CC)TV 화면 캡쳐]
2022년 8월 중국군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미국과 대만을 동시에 겨냥한 전례 없는 화력 시위를 벌였다.사진은 대만 무력시위 동원된 J-20 전투기의 모습[중국중앙(CC)TV 화면 캡쳐]

그러나 '한국 깎아내리기' 보도는 계속 이어갔다. 조나 자카르타는 "사실 인도네시아가 KF-21 사업에 다소 비관적"이라면서 "가장 큰 이유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기술이전을 제대로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는 4.5세대 전투기인 KF-21보다는 터키가 중국의 도움으로 개발 중인 5세대 스텔스기인 KAAN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1호 국산전투기 KF-21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내년부터 양산[방위사업청 제공]
1호 국산전투기 KF-21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내년부터 양산[방위사업청 제공]

한편 방위사업청은 18일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손잡고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개발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최경호 방사청 대변인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관련 기관과 부서를 다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의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UAE가 한국형 전투기 KF-21 협력을 직접 언급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타국과의 방산협력 관련 사항은 외교관계에 영향 줄 수 있음을 감안해 보도 자제 요청을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