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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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주요우울장애(MDD) 치료제 ‘엑수아’(성분명 게피론염산염)가 20년간 허가를 받지 못하다 지난달 2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 승인을 받음에 따라 성기능 장애 부작용을 줄인 새로운 우울증 치료제가 등장했다.

4일 관련 업계 및 글로벌 제약 전문지 피어스파마 등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파브르-크레이머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새로운 기전의 항우울증 신약 엑수아는 기분과 감정의 핵심조절인자인 세로토닌(5HT) 1A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표적으로 하는 최초의 항우울제이다. 

이에 일반적으로 항우울제에 사용되는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s)와는 다른 기전으로 부작용 프로필 역시 다르게 나타난다. 

◆기존 우울증 치료제, 성기능 부작용에 복용 중단 후 우울증 증세 악화 반복 초래

치료받지 않은 우울증 환자는 50%이상이 성에 관한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과 성기능 장애를 개선시킬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 치료를 위한 항우울제 약물이 개인차가 있지만 오히려 성욕을 감소시켜고 무감해지는 등 성생활 상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부작용 해소를 위해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가는 또다시 우울증 증세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

성적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항우울제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가 있다. 세로토닌 및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s), 삼환계 항우울제, 모노아민 산화효소 억제제(MAOIs)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항우울증 신약 '엑수아' 치료 효과 및 성기능 장애 부작용 '위약'과 비슷..안전?

특히 SSRIs와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재흡수억제제(SNRIs) 등 항우울제가 성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것과 달리 엑수아는 성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브르-크레이머 파마슈티컬스는 50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엑수아는 환자들의 우울증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인 DSM-IV 기준을 충족하는 18~69세 MDD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8주 동안 무작위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엑수아 복용군의 HAMD-17 점수가 위약군(가짜약)에 비해 더 크게 증상점수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엑수아에 반응한 MDD 환자를 대상으로 최대 12개월 동안 치료를 지속하거나 위약으로 전환하는 유지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엑수아군의 재발률이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다. 두 집단군의 재발률은 각각 24% 대 38.7%였다. 

우울증 치료제의 경우 성기능 장애나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엑수아로 치료 받은 환자들의 성기능 부작용은 위약과 비슷했으며 체중 및 혈압, 심박수 또는 간 기능에 대한 부작용은 전반적으로 심각하게 발생하지 않았다. 임상 연구에서 나타난 가장 빈번한 이상 반응은 현기증과 메스꺼움이었으나, 이는 일반적으로 경미한 수준이었으며 단기간 발생했다.

이에 FDA는 엑수아의 위약 대비 성기능 장애 또는 체중 증가 유발률이 높지 않음에 따라 엑수아의 제품 라벨에 해당 부작용을 포함하지 않도록 했다.

◆엑수아, 20년만에 미국 FDA 승인에 2024년 초 판매..우울증 치료제 매출에 영향

버지니아의대 정신의학 및 신경행동과학과장 아니타 클레이튼(Anita H. Clayton) 박사는 "엑수아는 MDD 단독요법으로서 위약 대비 우수한 효능을 보인 최초의 5-HT1a 작용제이며, 임상시험에서 성기능 장애 발생률은 위약과 다르지 않았다”며 “이는 환자들에게 중요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브르-크레이머 최고경영자(CEO)인 스테판 크레이머(Stephen Kramer) 박사는 성명을 통해 “우울증을 관리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새로운 옵션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이 혁신적인 치료법을 제공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피어스파마는 엑수아의 이번 허가가 미국 FDA로부터 3번의 거절 끝에 20년만에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엑수아는 2002년 미국 FDA에 처음 승인을 거절당한 뒤 2004년과 2007년에도 이전의 실패한 연구에 대한 부정적 결과와 정보부족 등을 이유로 FDA 승인이 거부됐다.

이에 회사는 올해 초 엑수아의 NDA 수정안을 제출했으며 결국 FDA 승인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2024년 초부터 약국에서 알약으로 판매될 예정으로 향후 우울증 환자들의 치료에 대한 성기능 장애 등 부작용의 부담을 줄이는데 일조함과 동시에 우울증 치료제 매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미국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우울증(만성 우울증·주요 우울장애) 치료제 시장 규모는 올해 159억8300만 달러(약 2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