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민 우영한의원 원장.
정준민 우영한의원 원장.

대상포진은 특이한 바이러스 질환이다. 감기나 코로나19와 같이 타인에 의해 감염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어릴 적에 걸린 수두의 원인 바이러스가 치료된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신체 내부 신경을 타고 척수 속에 오래 숨어 있다가, 우리의 몸이 약해지거나 다른 질환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졌을 때 다시 활성화되어 대상포진을 일으킨다.

대상포진은 신경 중 한쪽을 따라서 퍼진다는 특징이 있어 왼쪽이나 오른쪽 한쪽에만 생긴다. 또한 신경 중에서도 감각신경과 운동신경 중 주로 감각신경에 침범한다. 그래서 운동장애보다는 예리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가장 중요한 합병증은 대상포진후신경통이다. 피부에 생긴 발진이 사라지고 나면 더 이상 안 아플 것 같지만, 심한 통증이 1~2개월 혹은 그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고령일수록 발생 빈도가 높으며 60세 이상에서는 발생률이 40%까지 올라간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신경통증은 만성적으로 지속되어 불면증, 우울증까지 일으킬 수 있으며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도무지 치료방법이 없을 것 같은 이 대상포진합병증도 한의학의 기본 진단 원리를 이해하면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하다.

한의학에서는 통증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 치료한다. 하나는 실증(實證)의 통증으로 발열, 부종을 동반한 염증성 통증이다. 대개 항생제나 소염제에 의하여 통증을 치료한다. 다른 하나는 허증(虛證)의 통증으로 발열이나 부종 없이 조직의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빠른 회복을 요청하는, 일종의 몸에서 보내는 경고 신호다. 허증의 통증은 진통성분의 한약재보다 조직 복구에 집중된 한약재로 구성된 처방이 더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한의원 진료실에서 만나는 대상포진 환자의 90% 이상은 실증(實證)통증이 아니라 허증(虛證)통증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는 대상포진의 원인이 염증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몸의 부족함을 보충하여 면역력을 높이는 치료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

간단하게 대상포진 자가 진단을 해 보자. 다음의 항목들은 대상포진이 발생하기 직전 혹은 발생 이후에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1. 오전보다 오후·저녁·야간에 피로하다.
2. 대소변이 원활치 않고 변비기가 있거나 변이 검다.
3.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음식이 자꾸 당긴다.
4. 과로를 자주 하지만 휴식을 쉽게 하지 못한다.
5. 너무 늦게 자거나 수면시간이 부족하다.
6. 어지럽거나 원인모를 두통이 있다.
7. 눈이 침침하거나 건조하고 시력이 나빠진다.
8. 귀에 소리가 나거나 잘 듣지 못할 때가 있다.
9. 기억력이 최근 급격히 나빠졌다.

위의 항목들 중에서 3가지 이상 ‘그렇다’고 동의한다면 당신은 대상포진 허증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허증통증은 다시 기허증(氣虛證)과 혈허증(血虛證) 두 가지로 구분된다. 대상포진은 간혹 기허증도 있으나 거의 대부분은 혈허증인 경우가 많다.

기허증에는 홍삼이, 혈허증에는 사물탕(四物湯)이 대표적인 치료 한약이다. 내부에 손상된 신경과 조직을 복구하고, 충분한 혈액순환을 통해 영양공급이 되어 통증을 없애는 데에는 사물탕이 주된 역할을 한다. 개개인의 증상의 차이가 있으므로 해당하는 약재를 가감하여 복용하면 손상된 몸이 복구되면서 대상포진은 완치되고 통증은 없어지게 된다.

대상포진 치료를 위해 환자 본인이 해야 할 일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스마트기기와 TV는 멀리하고 눈을 감고 명상하는 시간은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눈이 쉬면 생각이 쉬게 되고, 생각이 쉬면 몸도 쉬게 되어 빠른 회복을 하게 된다.

둘째는 영양제와 보조식품에 의존하지 말고 균형잡힌 식사를 하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보조식품은 보조역할만 하지 주된 역할은 역시 밥과 반찬이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대로 잘 먹고, 제대로 잘 쉰다면 몸은 스스로 알아서 회복한다. 그렇게 살지 않은 사람에게는 몸이 경고 신호를 보내느라 병을 주는 것이다. 대상포진은 그런 신호를 주는 병 중의 하나일 뿐이니 제대로 잘 먹고, 잘 쉰다면 대상포진 같은 병은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