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중동을 '정조준'했다. TV와 스마트폰 생산기지가 즐비해 있는 중동에 신규 투자를 통해 공장을 늘리고, '미래 혁신 기술' 확보 방안을 점검하면서다. 중동은 높은 인구수와 빠른 경제 성장률을 보여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현지시간) 이집트 중부 베니수에프주(州)에 위치한 삼성전자 TV·모바일 공장을 찾아 가동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추석 연휴인 지난 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집트를 찾아 현지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현지시간) 이집트 중부 베니수에프주(州)에 위치한 삼성전자 TV·모바일 공장을 찾아 가동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추석 연휴인 지난 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집트를 찾아 현지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사진=삼성전자)

7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추석 연휴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현장 경영'에 나섰다. 

우선 이 회장은 지난 1일에는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하고 있는 친환경 스마트시티 '네옴(NEOM)'  산악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했다. 스마트시티 '네옴'은 사우디의 대규모 국가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구축중인 미래형 신도시로, 삼성물산은 '네옴'의 핵심 교통·물류 수단인 지하 철도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우디 방문에 앞서서는 중동·아프리카 시장의 교두보로 평가받는 이집트 베니수에프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TV·태블릿 생산 현장을 점검했다. 

삼성전자는 이 교두보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이집트에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이집트 중부 베니수에프주 인근에 6000㎡ 규모의 신규 공장 건설을 계획중이다. 가동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하며, 올해 4분기 착공에 돌입한다. 이 공장의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은 500만대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신기술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이 회장은 지난 달 28일에는 삼성전자 이스라엘 R&D 센터에서 혁신 스타트업과 신기술 투자 현황을 보고 받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미래 혁신 기술' 확보 방안을 점검했다. 이스라엘은 인공지능과 반도체·바이오·자율주행 등 혁신 기술 스타트업 7000여곳을 보유한 '스타트업 대국'으로, 삼성은 미래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 R&D 센터 및 삼성리서치이스라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州)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네옴(NEOM)' 신도시의 지하 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추석 연휴인 지난 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사우디와 이스라엘·이집트를 찾아 현지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사진=삼성전자)
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州)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네옴(NEOM)' 신도시의 지하 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추석 연휴인 지난 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사우디와 이스라엘·이집트를 찾아 현지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사진=삼성전자)

 

■ 중동 노리는 까닭은?

이 회장이 중동 시장에 눈을 돌린 이유는 세계적 경기 침체 속 중동 시장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동 건설 현장을 통해 달러를 벌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산업 전방위적인 수주를 통해 경기침체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동은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인 스마트폰과 TV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만큼 글로벌 사업에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24%의 점유율로 왕좌를 수성했다. 뒤이어 16%, 샤오미 9% 등이다.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저가형 갤럭시A 시리즈가 판매 호조를 보인 데다 5G와 프리미엄급 신모델까지 선전하면서 작년 동기보다 출하량을 8% 늘렸다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분석했다.

시장도 커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동·아프리카 시장의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보다 1%, 전 분기보다 7% 각각 증가해 5분기 만에 처음으로 의미 있는 반등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중동 시장은 차세대 가전 시장의 거점 역할도 담당한다.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하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삼성전자 TV 점유율은 36.8%로 1위를 기록 중이다. LG전자도 21.1%로 2위를 차지했다.

이 회장은 이번 중동 출장에서 "중동은 미래 먹거리와 혁신 기술 발휘 기회로 가득 찬 보고이다. 지금은 비록 타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고생하고 있지만 '글로벌 삼성'의 미래를 건 최전선에 있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전하자"고 밝힌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성장 잠재력이 큰 중동에서 스마트폰과 TV 등 주요 사업 현안을 살피는 한편 신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이는 뉴삼성 완성을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