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륜 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오석륜 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신선들은 분명, 이 절경 속에 주거지를 마련했을 것이다. 그들이 좋은 약재를 빚어 만든 환약(丸藥)이라는 지명의 유래를 바탕으로 생각하면, 이곳 단양 땅 도담(島潭)에 겹겹이 어깨동무를 한 크고 작은 산들은 환약 제조의 터였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 물줄기가 이곳으로 흘러 흘러 삼봉(三峯)을 만났으니 이상적인 삶의 터전으로 작동했으리라. 투명한 소복 차림의 운무(雲霧)가 신선들의 소식을 하늘과 인간 세계 여기저기에 전해주었을 풍경은 지금도 진행형처럼 사람들의 귓전으로 흘러들고   

 이웃한 석문(石門)은 신선들의 회의장(會議場) 혹은 혹은 전망대였을까. 도담삼봉과 주변 절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석문으로 들어오는 왜가리 몇 마리. 습관 같다.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그대들은 신선의 환생인가. 여전히 이 절경 속에 주거지를 마련하고 싶냐고. 그리고 인간 세계와 신선 세계의 경계는 어디냐고. 
      
 흘러간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흘러간다는 것. 인간과 신선은 여기에서 공통의 명제를 만난다. 이 공통의 명제는 인간 세계와 신선 세계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아, 삼봉정(三峯亭)에서 만나, 마침내 오랫동안의 딸꾹질을 멈추고 있다. 도담마을에 핀 야생화 군락은 그런 기운의 유산. 향기는 그런 기운의 숨결. 또, 강에서 몸을 씻던 운무도 야생화 이파리마다 둥지를 틀기 시작하여, 나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 야생화들처럼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시 한 수 보탤 수 있는 삶을 허락받는다. 그렇게 나도 흘러간다. 살아간다. 

   
 이렇게 나는 시 한 편을 지었다. 시를 짓고 보니, 도담삼봉이라는 이 섬나라에서 마치 하늘이 내게 영혼을 옮겨적으라는 명령을 실행한 것 같았다. 이곳을 찾은 기억을 이렇게 시로 남겨놓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 같았다.  

 도담삼봉은 충청북도 단양군 남한강 상류 가운데에 세 개의 봉우리로 된 섬으로 단양팔경 중 제1경이다. 석문은 제2경. 지난달 23일, 나는 그곳에 있었다. 안타깝게도 처음 가본 곳. 단양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무렵 대구로 갔고 오랫동안 서울에 살았기에, 내게 단양은 늘 그리운 곳이었다. 
 
 그리고, 그 옛날 단양이 고향이었던 아버지, 어머니도 이곳을 찾아 사랑의 언어를 주고받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 상상만으로도 지금, 따뜻해진다. 쓸쓸하지 않다. 다사다난했던 부모님의 삶의 여독과 내 삶의 그것이 동시에 풀리는 듯하다. 도담삼봉과 석문을 중심으로 이곳 일대를 돌아보는 유람선을 타고 그 풍경을 담아냈다. 그리고 단양군수를 지냈던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이 도담삼봉을 읊었다는 시 한 수를 줄곧 곱씹었다. 다음은 그 전문.  
 
山明楓葉水明沙 (산명풍엽수명사)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三島斜陽帶晩霞 (삼도사양대만하)   석양의 삼봉에는 저녁놀 드리웠네.
爲泊仙槎橫翠壁 (위박선사횡취벽)   신선의 뗏목을 대어놓고 푸른 바위에 기대 앉아서
待看星月湧金波 (대간성월용금파)   별과 달이 금빛 물결에서 솟아오르기를 기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