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10일 한층 첨예해졌다.

여야 전부 이 방통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내년 총선 정국에서 언론 보도에 따른 여론 지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일전을 예고했다.

어제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이들 3명의 탄핵소추안은 이날 본회의 개의가 불발되면서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되지 않으면 폐기된다.

본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없이는 개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날 김 의장에게 본회의 개의를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대했다.

김 의장이 11일부터 해외 순방에 들어가고, 국민의힘의 거센 반대로 여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없기에 본회의는 72시간이 종료되는 12일 오후까지도 열리기 힘들 전망이다.

관련법인 국회법에는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 원칙이 있다.

자동 폐기도 부결로 본 전례가 있기에, 만약 이대로 이번 탄핵안이 폐기되면 내달 정기국회가 마무리 될 때까지 국회는 재차 탄핵안을 다룰 수 없게 된다.

이에 여야는 추후 탄핵안 처리 가능 여부를 둘러싸고 하루 종일 국회법 해석이 엇갈리며 치열한 수 싸움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날 탄핵안 철회서를 국회 사무처에 냈다. 자동 폐기를 차단하기 위해 탄핵안을 일단 철회한 후 이달 30일과 내달 1일 잇따라 열리는 본회의 때 재차 발의해 표결을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국회법 90조는 '의원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을 철회할 때는 본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상정'이 아닌 '보고'까지만 이뤄진 이번 탄핵안은 의제가 된 것이 아니어서 본회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출신인 김 의장은 이날 제출된 철회서를 결재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의 꼼수로 문제 인사들에 대한 탄핵을 잠시 미뤘는지는 몰라도 결코 막을 순 없다"며 "국회의장에게 정당한 절차를 거쳐 발의된 탄핵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본회의를 열어줄 것을 정중하고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다면 원칙과 기준대로 법률이 정한 절차와 요건을 모두 준수해 법을 위반한 공직자들이 합당한 처분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국회에 보고만 되면 바로 안건이나 의제가 됐다고 볼 수 없다. 이는 우리가 어제 국회 의사국에 여러 차례 확인했다"며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안건 보고 자체도 의제에 상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본회의 동의 없는 탄핵안 철회는 불법이라고 반박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정쟁에 눈이 먼 민주당이 탄핵소추권을 악용해 전국에 혼란을 초래하고 국가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을 묵과할 수 없어 필리버스터를 포기했다"며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정치 파탄, 민생 파탄을 부르는 탄핵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가 마무리된 뒤 기자들에게 "국회 사무처와 (민주당이) 짬짜미가 돼 국회법을 불법 부당하게 해석하고 국회법 근간이 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며 "우리 당 입장에서는 (국회 의사국이) 편향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출한 철회서를 김 의장이 결재했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김 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동일 내용의 탄핵안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내겠다고 밝혔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탄핵소추안은 체포동의안과 달리 72시간이 지나면 자동 폐기되기 때문에, 보고되는 순간 의제가 된다고 봐야 한다"며 "본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아 저희의 동의권이 침해됐으니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제기하고, 이번 정기국회 내에 같은 내용의 탄핵안을 상정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