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구광모 회장이 7일 2023 KBO 한국시리즈 1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7일 2023 KBO 한국시리즈 1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LG 트윈스가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우승을 거며쥐면서 LG가(家)의 남다른 야구 사랑이 이목을 끌고 있다.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산인 '롤렉스 시계'가 25년 간 금고에서 꽁꽁 가려져 있다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여 핫이슈로 자리하고 있다.

LG는 럭키금성 당시인 지난 1990년 프로야구 원년 팀인 MBC 청룡을 인수해 LG 트윈스를 재창단했다.

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선대회장은 잘 알려진 야구광이다.

구 선대회장은 LG 트윈스의 초대 구단주이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자율경영을 구단 운영에 접목해 '깨끗한 야구, 이기는 야구'를 표방했다.

LG 트윈스는 창단 첫해인 지난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거머줬고, LG 트윈스 야구의 대명사가 된 '신바람 야구'로 야구판에 거대한 돌풍을 일으켰다. 구 선대회장은 두 번째 우승 다음해인 지난 1995년에 그룹명을 LG로 전환했다.

해마다 수차례 직접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야구단을 응원했고, 매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이뤄진 LG 스프링캠프를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고 경남 진주 단목리에 있는 외가로 LG 선수단을 초청하는 '단목 행사'를 열어 우승 기원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2군 선수들의 이름과 출신 학교도 전부 암기할 정도로 정성이였다.

지난 2007년에는 당시 김재박 감독과 1·2군 코칭스태프 전원을 서울 한남동 자택으로 초청해 바비큐 파티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LG 트윈스가 1994년 우승 이후 가을야구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자 구 선대회장은 1998년 해외 출장 가운데 당시 80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매입해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그 뒤 롤렉스 시계는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계속 구단 금고 내 보관돼 있다가 이번 우승으로 금고 밖으로 나오게 됐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kt에 6-2로 승리하며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LG 선수들과 구광모 회장 등이 환호하고 있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kt에 6-2로 승리하며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LG 선수들과 구광모 회장 등이 환호하고 있다.

야구에 진심인 구 선대회장의 우승 염원을 보여주는 또 다른 것은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다.

1994년 오키나와 캠프가 종료된 뒤 아와모리 소주로 건배하고 우승을 맛봤던 구 전 회장은 1995년 시즌을 앞두고 "또 우승하면 이 소주로 축배를 들자"며 같은 소주를 사 뒀으나, 이 역시 롤렉스 시계와 더불어 오랜시간 보관되고 있었다.

구 선대회장의 동생이자 구광모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경남중 재학당시에 야구 선수로도 뛰었다. 2011년부터 6년 4개월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아 외연 확대 등에도 힘썼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LG 트윈스와 맞붙은 제10구단인 kt wiz도 구본능 회장의 KBO 총재 재임 기간 탄생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도 계열 분리 전 구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LG 트위스 2대 구단주를 맡아 각별한 야구 사랑을 뽐냈다.

경남중·고 기수별 야구팀에서 선수로 활약해 온 구본준 회장은 LG 트윈스 구단주 시절 "주말에 틈이 나면 친구들과 야구 연습을 하는데, 공을 70∼80개씩 던진다"며 "매년 LG 트윈스 전지훈련을 지켜보기 위해 오키나와에도 간다"고 말할 정도였다.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은 LG전자가 지난 2012년 출범시킨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의 명맥을 이어 지난해부터 'LX배 한국여자야구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기업이 후원하는 국내 유일의 여자야구 전국대회다.

LG 트윈스의 3대 구단주인 구광모 회장은 이날도 유광 점퍼를 착용하고 잠실구장을 방문해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거머쥐는 순간을 함께 맛봤다. 

앞서 구 회장은 이달 7일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 개막전을 직관한 데 이어 11일에는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4차전을 관람하며 LG를 응원했다. 팬들과 더불어 파도타기 응원을 했다.

구 회장도 야구를 사랑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2018년 회장 취임 후 야구장을 찾은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장 취임 전에는 동료들과 종종 야구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