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이진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국민들께서 민주당의 욕설 챌린지나 탄핵 챌린지를 잘 지켜보고 계실 것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5일 기자들을 상대로 한 말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민주당 사람들도 좋은 목적을 위해 도전 이어가기를 한다는 뜻일까?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모금 캠페인으로서 2014년 미국에서 시작되어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한 얼음물 뒤집어쓰기 도전이었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기부운동인데 한 장관이 챌린지라고 하니까 민주당의 목적은 무엇인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탄핵소추 기관총처럼 난사하나

얼음물 뒤집어쓰기가 힘들까 욕설하기가 힘들까? 탄핵발의나 엄포 놓기는? 객쩍은 생각이지만 해놓고 보니 욕설이나 탄핵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5선국회의원에 거대정당 대표를 역임한 인사는 말할 것도 없고, 현직 국회의원이기만 해도, 일반 국민이 볼 때 엄청나게 높은 지위다. 그런 사람들이 시정잡배와 같은 언행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기가 어떻게 쉬울 수 있겠는가. 막돼먹은 사람이라도 어려울 텐데…. 

탄핵소추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장관, 판사, 검사 가릴 것 없이 탄핵소추를 이미 했거나 으름장을 놓고 있다. 탄핵소추가 입법부의 행정부 및 사법부에 대한 견제수단인 것은 맞지만 기관총처럼 난사하라는 권한은 아니다. 일찍이 그런 예도 없었다. 명색이 원내 제1당이 정부에 대한 최종적 압박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탄핵소추권을 파장 떨이하듯 하다니! 아무래도 아이스버킷 챌린지보다는 탄핵 챌린지, 욕설 챌린지가 쉬운 건가. 

대의민주정의 중심축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다. 그 국회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정당이다. 정당은 국회의 대주주라고 할 수 있다. 의석수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야 잘못이랄 수 없지만 장삿속만으로 힘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표결기관이 아니라 논의와 합의의 기관이기 때문이다. 일방이 머릿수 횡포를 부리기 시작하면 국회의 신뢰도는 물론이고 존립의 의의 자체가 급락하고 만다. 제도를 악용한 힘의 남용은 민주당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입에 올리던 ‘입법농단’ 또는 ‘국정농단’이다. 

이런 정당에 대해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그게 바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다. 헌법의 기본취지를 왜곡시키는 행위는 헌재의 심판을 받아야 할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민주당은 이제 정말 하루에 한명씩 탄핵을 추진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법무부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 대한 위헌정당 심판을 청구하면 어떨 것 같습니까. 민주당이 말한 이원석 검찰총장 탄핵이나 저에 대한 탄핵보다 민주당에 대한 위헌정당 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십니까?”

한 법무장관이 14일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는 다음 날에도 “탄핵은 가벼운 제도고 위헌정당 해산심판은 무거운 제도입니까?”라며 민주당에 대해 날을 세웠다. 

욕설에 이력이 난 민주당 사람들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강행, 이 장관으로 하여금 167일간이나 업무에서 배제되도록 만들었다. 헌재에서 인용되지 않을 것을 뻔히 내다보며 정부 해당 기능의 마비를 획책한 것이다. 그것으로 재미를 봤는지 한 법무장관 탄핵, 이 검찰총장 탄핵, 다수 검사의 탄핵을 들먹이며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난 9일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 검사,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가 다음날 철회하는 소동을 벌였다. 아주 포기한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표결이 불가능해지니까 오는 30일에 재발의키로 한 것이다. 이미 본회의에 보고된 안건에 대해 김진표 국회의장은 본회의 동의 절차도 없이 바로 민주당의 철회신청을 받아들였다. 국민의힘이 김 의장을 상대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지만, 결과 여하 간에 민주당의 의정 농단이 한계에 이른 느낌이다.

한 장관의 ‘위헌정당해산심판’ 언급에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검찰독재를 언급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며 “금도를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도를 무슨 의미로 썼는지 모르겠다. 금도(襟度)는 ‘남을 포용할 만한 아량’을 뜻한다. 주로 정치인들에 의해 잘못 쓰이는 말인데 변호사 출신의 김 의원은 당당히 오용하고 있다.

양이원영 의원은 SNS에 “한 장관의 발악, 검사 탄핵의 효능감 입증”이라고 썼다. 이게 민주당 몇몇 의원들의 언어수준이다. 거칠고 천박하기 짝이 없다. 일국의 장관에 대해 ‘발악’이라고 한 것은 욕설이나 다를 바 없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버젓이 그런 막말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집권당일 때도 그랬지만 정권을 빼앗긴 후에는 집단신경질 아니면 집단분노조절장애를 의심하게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 장관을 상대할 때는 욕설까지 공공연히 퍼부어대고 있다. 

“한동훈을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 이 어린놈이 국회에 와서 (국회의원) 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를 조롱하고 능멸하고…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나.”

5선 국회의원 경력을 가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자신의 책 출판 기념회에서 그렇게 퍼부어댔다. 그 당 내에서 86운동권의 맏형인가 하는 위상을 가진 사람의 나이 자랑이 어이없다. 전당대회 때 돈 봉투를 살포했다고 해서 수사선상에 오른 인사다. 그 분풀이인 모양인데 나이를 먹었으면 범죄혐의를 받는 자체를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지 되레 행패라니. 옛날엔 민주화 운동 경력으로 유세를 부리다가 이젠 나이로 한 몫 보려는 건가?

위헌정당 심판 청구 할만도 하지

같은 당의 민형배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한 장관 발언과 관련한 기사를 게재하면서 “어이없는 XX네, 정치를 누가 후지게 만들어”라는 제목의 글을 같이 올렸다. “‘XX’에는 자슥 사람 인간 분들 집단 가운데 하나를 넣고 싶은데 잘 골라지지 않는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민 의원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정에서 위장꼼수탈당을 했던 그 사람이다. 위장탈당이 아닌데 왜 그렇게 비난하느냐고 소리를 질러대다가 잽싸게 복당한 그런 인사가 남을 천박한 표현으로 비난할 수도 있구나 해서 놀라게 된다. 

“그닥 어린 넘도 아닌, 정치를 후지게 만드는 너는, 한때는 살짝 신기했고 그다음엔 구토 났고 이젠 그저 #한(동훈) 스러워.”

역시 민주당 소속인 유정주 의원이 지난 13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 사람은 자신보다 두 살 많은 한 장관에 대해 ‘어린 넘’ ‘너는’ ‘구토’ 따위의 표현을 태연히 구사했다. 나이 많은 송 전 대표의 “어린놈” 호통에 추임새를 넣느라 그런 모양인데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이런 막말을 하는 건 또 무슨 경우인가.

“저도 자중할 테니 입에 담기 힘든 혐오적인 어휘로 우리네 정치인들을 부르지 말기를 약속하면 어떨지요, 약속할까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그야말로 횡설수설이다. 

유 의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런 ‘말뽐새’(말 본새)를 자랑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한둘이 아니다. 국민과 국회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국가 주요 공직자에 대해 공공연히 모욕을 주는 것 또한 헌법 정신과는 거리가 먼 행패다.

제도를 악용해 대의민주정의 근간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정당, 야비한 행동과 말로 국민과 국회의 품위를 있는 대로 추락시키는 정당은 존재 가치가 없다. 게다가 민주당은 당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를 막기 위해 온갖 해괴한 사법방해 책동을 벌여왔다. 당 대표를 재판에 넘기고 있다 해서 법무장관 검찰총장 수사검사를 탄핵하겠다는 정당에 대해 ‘위헌정당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한다 해서 누가 잘못이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