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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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 코인 거래소의 줄도산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캐셔레스트, 코인빗이 사업 중단 결정에 이어 원화마켓 입성을 꿈 꿨던 한빗코마저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에 실패하면서 중소 거래소 업계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코인마켓 거래소 캐셔레스트와 코인빗은 거래 지원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캐셔레스트는 6일에, 코인빗은 16일 이같은 내용을 공지했다.

현재 캐셔레스트의 경우 코인 매도, 매수가 불가능하며 출금만 가능하다. 캐셔레스트는 내달 22일 출금지원을 종료할 예정이다. 코인빗은 거래지원 서비스를 오는 24일 종료하며 출금은 29일까지만 받는다. 

서비스 종료 배경에는 거래량 급감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가 꼽힌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가상자산 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인마켓 사업자의 일평균 거래액은 10억원에 그친다. 21개사 중 5개사는 일평균 거래액이 100만원 미만인 곳도 있었으며 무려 10개사가 거래 수수료 매출이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다수의 다른 중소 거래소도 사업 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수수료 수익이 전무해 내부적으로 임금 체불 문제를 겪고 있거나 이미 희망 퇴직을 시행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코인마켓 거래소는 원화로 코인을 사고파는 것이 불가능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코인 매도, 매수가 가능하지만 접근성이 낮다는 이유로 고객 유치와 유지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고 상장된 코인수도 많은 원화마켓 거래소로 쏠릴 수 밖에 없는 것.

이 때문에 중소 거래소들은 원화마켓 입성을 꿈 꿨지만, 지난해 4월 21일 사업자 신고가 수리된 고팍스를 제외하고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고팍스는 같은해 2월경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했으며 현재 원화마켓 거래소는 5개사(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 불과하다.

최근 상황도 다르지 않다. FIU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 사항 등 제재를 이유로 국내 중소 코인 거래소인 한빗코에 변경신고 불수리 결정을 통보했다. 한빗코는 광주은행으로부터 실명 계좌를 확보했으나 FIU 벽에 가로 막혀 결국 원화마켓 입성이 좌절됐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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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 규제에 치이고 대외 여건은 불확실··· 생존길 막힌 중소 거래소  

중소형 코인 거래소의 앞날도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코인 시장의 침체를 의미하는 크립토 윈터 여파가 여전히 상존해 있고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가 진흥보다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이용자보호법 역시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제재 권한 등을 담고 있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연합회장은 "이미 2021년 9월부터 특금법 사업자 신고에서 은행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코인마켓 거래소들의 고객 이탈은 현실화되고 있었다"며 "특히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전임 정부 시절과 달라지지 않은 당국의 부정적인 기조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중소 거래소가 자생하기 위해선 다양한 부대사업, 파생사업을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소 거래소들의 줄도산으로 인해 업비트의 독과점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은 87%로 2위 사업자인 빗썸(11%)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강 회장은 "1위 사업자인 업비트를 제외하곤 모두 힘들어질 것"이라며 "업비트는 풍부한 자금력을 활용해 타 거래소 대비 확연히 차별화된 편의 서비스를 확장·제공할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업비트의 독점 구조가 심화·고착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