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사진=김은주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사진=김은주 기자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포함한 17개 은행들이 금융당국이 요구한 ‘체감할 수 있는’ 규모와 방식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2금융권 차주들의 저금리 대환(갈아타기)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 은행권,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 방안 마련 착수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은행장 간담회는 앞서 지난 20일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 이어 진행하는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의 일환으로, 은행권의 주요 금융현안에 대해 함께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를 비롯해 이석용 농협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강신숙 수협은행장, 황병우 대구은행장, 방성빈 부산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장, 박우현 제주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 예경탁 경남은행장, 서호성 케이뱅크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등이 참석했다.

고금리 시기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과 함께 탄력받고 있는 ‘횡재세(초과이윤세)’ 도입 추진 등으로 은행권이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은 금융지주회장에 이어 은행장들과 만남을 가지고 ‘상생금융’을 독려했다.

현재 금융권 안팎의 관심은 은행들이 과연 고금리‧경기침체로 어려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이자부담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경감시켜줄지에 집중된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지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앞서 지난 금융지주 회장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주현 위원장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횡재세’ 관련 법안 내용에 준하는 규모의 상생안이 나와줘야 한다는 기준을 언급한 만큼 지원 규모는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현재 17개 은행 등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 방안 마련을 위해 관련 대출 현황을 은행별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세부계획을 검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차원에서도 이러한 논의를 지원하기 위한 관계부처‧유관기관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지난 22일 첫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김주현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정부도 은행의 상생금융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 은행권의 논의를 적극 지원하면서 제2금융권을 이용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분들도 금리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고금리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의 범위와 지원수준의 대폭 확대 등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한 “스스로가 은행산업에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산업으로 만들었으면 한다”며 “은행 임직원의 정직성을 믿을 수 있다는 인식, 국민들이 어려울 때 같이 옆에 있어주는 조직이라는 인식, 첨단기술로 혁신해나가는 스마트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가계부채 관리‧상생금융 '엇박자'?…“질적 개선 노력”

다만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상생금융’을 내세우며 은행들을 향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결과적으로 최근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강조하면서 금융지원을 늘리라는 주문이 모순된다는 은행권 불만도 적지 않다.

실제 이날 은행장들을 만난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가 아직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크게 저해할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하면서도 GDP 규모를 넘는 과도한 가계부채는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우리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은행권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노력이 중요하다”며 “차주 상환능력에 대한 노력 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가계부채 적정규모에 대한 고민도 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와 취약층 지원 간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점도 언급하면서 “코로나 시기를 빚으로 버텨온 분들의 부채 상환 부담을 덜어드림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은행 고객기반을 보호하고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적 노력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금감원은 이번 은행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보험‧금투·여전‧저축‧상호 등 다근 금융업권과도 간담회를 개최해 각 업권별 금융현안에 대해 소통함으로써 정부와 금융업권 간 상호 이해를 제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2금융권 첫 타자는 보험업계로,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내달 6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남을 예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