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24시간만 건강해진다면 …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스위트롤빵과 차로 아침 식사를 하고, 수영하러 가고, 친구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과 서로 소중한 사람임을 확인하고, 산책하러 나가서 자연에 파묻히고, 저녁에는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늦게까지 춤추고 싶다.”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루게릭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모리 교수가 한 말이다. 모리 교수가 마지막으로 갖고 싶어 했던 하루는 대단한 하루가 아니라 행복이 깃든 평범하고 일상적인 그런 하루였다. 이처럼 일상의 즐거움이 곧 행복이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하루 중 기분 좋은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가 행복에서 중요한 요건이다.
은퇴 후의 행복도 결국 일상생활을 얼마나 보람 있게 꾸려나가는가에 달려있다. 은퇴를 하면 의무적인 시간표로부터 해방된다. 이제 하루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다시 구성해야 한다. 그 동안의 강제된 시간표를 자신이 만든 즐거운 시간표로 대체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은퇴 후에 가장 먼저 부딪치는 현실적인 문제는 하루일과를 어떻게 보내느냐다. 이것저것 욕심을 내다보면 그냥 바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할 일 없이 빈둥거리다 보면 밤에 잠도 안 오고, 일찍 깨다보면 그렇지 않아도 긴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은퇴자의 하루 일상은 바쁘거나 아주 바쁜, 안 바쁘거나 아주 안 바쁜, 대략 이렇게 네 종류다. 이래서는 일상의 자유나 즐거움을 제대로 얻을 수 없다.
일상을 얼마나 잘 꾸려나가는지에 따라 은퇴생활의 적응이 갈린다. 바람직한 은퇴자의 일상은 개인적인 취향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적절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일상의 요소들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가며 노후생활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1. 건강관리: 건강한 삶은 행복한 삶의 기본 요소다. 매일 일정한 운동을 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며, 건강 검진과 예방접종을 꾸준히 받는다.
2. 자기계발: 은퇴 후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지식을 쌓아나가는 것은 중요하다. 독서, 문화예술 감상, 온라인 강의 수강 등 다양한 자기계발 방법을 활용한다.
3, 취미활동: 삶의 즐거움을 위해 취미활동은 필수적이다. 여행, 등산, 골프, 수영,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즐거움을 찾는다.
4. 사회활동: 소외감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사회활동이다. 모임이나 동호회, 연구단체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여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노후생활을 즐긴다.
이러한 기본적인 활동 이외에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남을 돕는 일을 하면서 자아실현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다.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면서 활짝 핀 꽃처럼 완숙한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간다면 하루하루가 즐겁고 풍요로울 것이다.
재구성된 일상이 자연스럽게 정착되기 전까지는 하루 단위, 주 단위, 월 단위의 계획표를 짜보는 것도 괜찮다. 쫓기듯 살아온 날들에 비하면 자유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계획이 없으면 자칫 생활이 느슨해질 수 있다. 또한 은퇴 후에는 일과 놀이의 구분이 모호해지기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쏟게 될 수도 있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일기를 쓰거나 간단하게 메모하면서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루가 너무 길고 전혀 즐겁지 않거나, 아침이 오면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보내나 하는 생각에 우울해지거나, 무엇을 하려고 해도 의욕이 나지 않는다면 은퇴 직후의 해방감에 도취된 밀월기간이 끝난 것이다. 빨리 일상을 재구성하여 은퇴라는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일상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자꾸 옛날 생각을 하고, 그 때가 좋았다고 추억해봐야 옛날로 돌아갈 수 없는 일 아닌가.
은퇴 전의 우리는 지금의 우리가 아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저항하지 말고 행복을 부르는 새로운 일상의 생활습관을 만들어나가자. 불행은 상황변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된 대응에서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