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주위를 둘러보자. ‘할 수 있다’는 식의 글귀가 뒤덮고 있다. 내가 다니는 헬스클럽 입구에는 “WE CAN DO IT!”이라는 붉은 네온사인 글씨가 뇌를 자극한다. 누구나 근육맨이 될 수 있다는 것이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가끔 가는 서점에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부류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 책을 읽은 사람 중에 부자가 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이런저런 ‘할 수 있다’는 말에 잘 현혹된다. 그러나 곧 한계에 부딪치거나 행운의 여신이 찾아오지 않아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하기야 그냥 되거나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이라면 이런 부추김이 필요할까? 어쨌든 인간의 삶에는 동기부여라는 것이 필요하고, 자극을 주어 행동을 하게 해야 뭔가 이룰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낙관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그냥 다 잘 될 것이라는 생각, 이것은 위험하다. 지나치게 과도한 긍정은 문제가 있다. 긍정과 낙관만 가지고는 안 된다. 무엇을 하든 너무 자신만만하고, 움츠림과 머뭇거림이 없다고 모든 일이 다 잘 될 수는 없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어린아이처럼 철없고 위태로워서야 어디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겠는가. 그들의 질주에 대해서 ‘잠깐!’이라고 브레이크를 걸어주면 어떨까?

지나치게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면 때로는 현실을 무시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 또한 실패할 가능성이나 부정적인 결과를 인지하지 못하고 위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람들은 때로는 큰 실망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들은 너무 많은 기대를 가지고, 실제 결과가 그에 못 미치게 될 때 실망하고 좌절한다.

가끔 만나는 직장 후배들이 있다. 이제 그들도 모두 은퇴자다. 운 좋게 소일거리를 찾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놀고 쉬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생활이 어렵지만 어쩔 도리가 없단다. 나이 든 취업준비생들, 그들 이야기는 이렇다. 이것은 이래서 싫고, 저것은 저래서 할 수 없단다.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했지만, 막상 은퇴시장에 들어오니 마땅히 할 게 없단다. 즐겁고 편안한 은퇴생활을 꿈꿨는데, 점점 줄어드는 여유자금에 한숨짓는 날이 많다.

잘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미래를 기대하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인식하고 준비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매사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훈련 받고 세뇌되어 아무 것이나 무작정 할 수 있다고 덤벼드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심하여 중독 증세나 강박 증세까지 있지만 병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래서는 안 된다.

긍정과 낙관은 비슷하면서도 크게 다른 개념이다. 긍정적인 사고는 현재의 상황에서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고 가능성과 기회를 찾아내는 것이다. 반면에 낙관적인 사고는 어떤 일이든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니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토대로 현실적인 대처 방안을 찾아내고 실패와 어려움에 대한 대비책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월을 좀 살아보니 뭐든 할 수 있다고 덤비는 게 항상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이 세상에는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또 해서는 안 되는 것이나 구태여 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있다. ‘할 수 있다’보다 중요한 것이 ‘올바른 방향과 목적의식’이다.

삶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장점과 능력, 관심사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 목표는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해야 한다. 삶의 목적은 어떤 것이든 개인의 가치와 미션을 바탕으로 세워져야하기 때문이다.

긍정과 낙관만으로 다 잘 될 수는 없다. 올바른 방향인지 되짚어보고,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한다. 흘러가든 멈추든 그대로 두어서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