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 4곳 중 GS25를 제외한 3곳의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편의점은 고물가 영향으로 인한 소비 침체 상황에서도 대형마트와 견줄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유통업계 주요 채널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과밀 출점 등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업체의 성장세는 주춤하고 있다. 이에 대표이사 교체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한편,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은 저렴한 가격의 PB상품과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 신선식품을 선보이면서 대형마트 장보기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 소매시장의 성장 침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소비시장 전망'에 따르면 내년 소매시장은 올해 대비 1.6% 성장에 머물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7.5%, 지난해 3.7%, 올해 예상되는 2%대 성장률에 비해서 줄어든 수치다. 실제로 편의점 점포의 매출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편의점 개별 점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7월에는 0.1% 줄어들기도 했다.

결국 현재 편의점 업계에 필요한 것은 점포를 늘리는 등 외형 확대를 통한 매출 상승보다는 개별 점포의 객단가를 늘려줄 수 있는 경쟁력 강화 방안이다. 자사 편의점에 고객이 방문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요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김홍철 코리아세븐 대표, 민승배 BGF리테일 대표, 한채양 이마트 대표.(사진=각 사)
왼쪽부터 김홍철 코리아세븐 대표, 민승배 BGF리테일 대표, 한채양 이마트 대표.(사진=각 사)

올해 임원 인사를 통해 각 업체를 이끌게 된 대표이사들에겐 모두 브랜드 가치 강화라는 큰 임무가 주어져 있다.

지난 6일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를 이끌게 된 김홍철 대표는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롯데그룹 정책본부 경영개선실에서 장기간 근무했다. 롯데그룹 컨트롤타워에서 오래 근무하며 인사부터 조직,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이해와 경험을 보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에겐 미니스톱 가맹 점포 통합 작업 완료 및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편의점 2강(GS25·CU)과의 경쟁 구도를 만드는 중책이 주어졌다. 현재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의 통합은 거의 마무리 단계다. 약 300개 점포만 더 통합하면 된다. 이 경우 세븐일레븐의 전체 점포 수는 1만4000여개 수준으로 GS25와 CU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CU를 이끌게 된 민승배 대표는 BGF그룹 입사 이후 프로젝트 개발팀장, 커뮤니케이션실장, 인사총무실장, 영업개발부문장 등을 지낸 정통 CU맨이다. 풍부한 현장 경험은 물론 회사 내 주요 부서를 거치며 편의점 사업과 회사 전반을 꿰뚫고 있는 전문성으로 조직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 대표에게는 업계 1위인 GS25의 자리를 재탈환하는 중책이 주어졌다. CU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점포 수가 1만 6787개로 GS25보다 339개 더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지만 매출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3분기 기준 두 회사의 매출액 격차는 334억원에 달한다. 

민 대표는 1위 재탈환을 위해 직속 비즈니스이노베이션(BI·Business Innovation)팀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CU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신규 출점 및 PB상품 등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개별 점포의 객단가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한채양 대표는 이마트24 외에도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신세계그룹 내 주요 오프라인 3사를 동시에 이끌게 됐다. 한 대표는 그룹 전략실 등을 거친 경영전략과 재무 전문가로 평가된다. 한 대표는 앞서 신세계그룹 호텔사업을 이끌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라는 큰 성과를 낸 인물이다. 당시 주요 사업이던 객실 사업이 부진해지자, 가정간편식 등 신사업을 키웠다.

한 대표는 이마트24와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오프라인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상품 통합 조달(소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식이다. 

또 경쟁사들과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신규 출점을 하는 동시에 신세계그룹 오프라인 계열사가 가진 와인, PB 등 전문 매장의 특장점을 편의점에 이식해 브랜드 가치 및 상품 경쟁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