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금리·고물가로 소비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도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에 저렴한 상품을 찾는 '짠물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저렴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의 구성을 늘리는 식으로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1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2024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52.3%가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지출을 줄이려는 이유로는 '고물가 지속'(43.5%)을 가장 꼽혔다. 이어 '실적 우려 증가 또는 소득 감소 예상'(13.1%),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10.1%), '자산 소득 및 기타 소득 감소'(9%) 등이 뒤를 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소비자가 당분간 먹고살기 팍팍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가성비 상품을 찾는 '짠물 소비'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가 지난 9월 선보인 9900원 샵은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 11월의 경우 직전 달과 비교해 일평균 매출이 196% 늘었다. 10월에는 9월 대비 80%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온라인 유통 시장 평균 매출 증가율은 10.2%였다.

티몬에서 운영하는 '만원의 행복' 기획관 역시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98% 늘어났다. 만원의 행복 기획관은 2500원, 5000원, 7000원, 1만원 등의 가격대별 가성비 상품을 모아놓은 특화관이다.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가성비 물건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매출의 경우 전년 대비 160% 늘었고, 이 회사가 최근 선보인 5000원짜리 플리스 외투와 패딩 베스트는 많은 소비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제품이다.

편의점에서는 저렴한 도시락 제품을 내놓으면서 높은 물가에 마음 놓고 점심도 먹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GS25가 지난 10월 출시한 '혜자로운 알찬한끼세트'는 출시 6주 만에 누적 판매량 80만개를 돌파했다. 이는 역대 최단기간 판매량이다. '혜자로운 알찬한끼세트'는 2000원 후반대 가격으로 주먹밥과 김밥, 메추리알 등을 담은 가성비를 갖춘 도시락 제품으로, 오피스와 학원 상권에서 높은 수요가 나타났다.

CU에서도 PB 제품 '득템시리즈'가 NB제품을 제치고 카테고리별 판매 1위 제품에 자리하고 있다. CU는 약 40여종의 득템시리즈를 판매 중인데, 이 중 25%가 각 카테고리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기 비결은 비슷한 상품과 비교해 최대 57%까지 저렴한 '가격'이다. 

이 외에도 과거 헌 상품으로 외면받던 '리퍼브' 상품도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가구에서 실제 생활비를 줄이는 상황이다. 특히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외식 등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실제 필요한 제품도 최대한 저렴하게 구입하는 등의 불황형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