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청렴연수원등록  청렴강사.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청렴연수원등록  청렴강사.

12월 10일에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이익을 보기 위해 정의를 잊는다'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를 1위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견리망의(見利忘義)는 금시초문이다. 인터넷을 검색하였더니 출처는 『장자(莊子)』 산목(山木) 편이다. 

“어느 날 장자가 조릉(雕陵)의 정원에 사냥을 갔다가 까치 한 마리를 발견하고 활을 쏘려 하는데, 까치는 이상하게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이 까치는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고 사마귀는 사마귀대로 
나무 그늘에 있는 매미를 노리고 있었다. 즉, 까치와 사마귀 모두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마음을 뺏겨 자신이 처한 위험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한편 '견리망의'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정치란 본래 국민들을 '바르게(政=正) 다스려 이끈다.'는 뜻인데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인은 나라를 바르게 이끌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즉 국가  백년지대계를 생각하는 정치보다는 눈앞의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 편에게 이로운 정치를 하는 편당(偏黨) 정치가 심하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금년에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가 그 어느 때 보다 심했다. 국회 상임위원회 도중에 코인에 투자하거나, 부정청탁 · 뇌물수수 ·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된 국회의원과 정치인이 여러 명이었다. 

또한 공직사회는 2016년 9월부터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패가 만연했다. 지난 5월엔 선거관리위원회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선관위 전·현직 간부와 직원들의 친·인척이 대거 채용된 것으로 드러났고, 경력 미달인데도 채용되고 평가 점수 조작 의혹도 있었다. 

또한 지자체가 운영하는 프로축구단에선 계약직 사무국장이 정규직 팀장 채용 계획을 수립한 뒤 자기가 응시해 합격하는 ‘셀프 채용’ 비리가 있었는가 하면, 기관장의 지인이 탈락하자 채점을 다시 해 결국 합격시키는 각종 채용비리가 있었다. 

11월에는 광주·전남 지역의 '검경 사건 브로커'(구속중)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전직 치안감이 극단적 선택을 하였고, 12월에는 중앙경찰학교장(치안감)이 뇌물수수 혐의로 직위 해제됐다. 브로커 성씨는 20년가량 검경·정관계 고위직에게 접대하며 수사·인사 분야에서 전방위적 로비를 벌였는데, 성씨 사건과 관련해 검·경 관계자 3명이 구속되고 현직 경찰  8명이 직위 해제되었다. 또한 광주지검은 브로커 성씨의 관급공사 수주 비위,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경기도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은 지금도 시끄럽고 재판 중이며,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며 공금 유용, 산재보험·고용보험 부정수급 등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또한 민간에서도 채용비리(환경미화원 취업 알선 대가로 6명에게 3억원을 받은 노조 지부장), 전세사기, 폰지사기, 실비보험 과잉진료 등등 각종 비리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한편 김교수는 "견리망의하면 우선은 이익을 볼지 모르나 결국은 공멸하게 된다"며 "불행하게도 올해는 견리망의의 한 해였다. 내년에는 견리망의가 아닌 견리사의의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義)는 올바름으로서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견리망의’는 이익 앞에서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견리망의와 대조되는 견리사의(見利思義)는 ‘이익을 보면 의리에 맞는지 생각하라.’는 뜻인데, 『논어』 헌문 편에 나온다.  

“자로가 성인(成人)에 대하여 여쭈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날의 완성된 사람은 이익을 보면 의리에 맞는지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치며(見利思義 見危授命), 오래된 약속일지라도 평소에 한 그 말들을 잊지 않는다면 성인(成人)이라고 할 만하다.”

이처럼 공자는 “이(利)에 따라 행동하면 원망이 많다면서 천자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이(利)를 좋아하는 데서 생긴 폐해가 어찌 다르겠는가”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利)의 한자 뜻을 살펴보자. 이(利)는 벼를 뜻하는 화(禾)와 칼을 뜻하는 도(刀)가 한 데 묶인 글자다. 농경사회에서 벼는 재물의 상징인데, 낫으로 벼를 베어 수확한다는 뜻이다. 이(利)는 이익을 취한다는 의미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재물을 취하려는 자는 ‘칼날을 각오하라’는 경고로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