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를 2주(1월 13일) 앞두고 친미 성향 후보와 친중 후보간의 격차가 근접한 차이로 접점을 벌이고 있어 세계 각국의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번 총통 선거는 미-중간 대리전이라고 불릴 만큼 그 어느때보다 미-중이 직 간접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다 친중 후보가 당선될 경우 반도체 생태계는 물론 아ㆍ태 지역 전체 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만 총통선거 후보별 주요 공약. 자료=대만 언론, 메리츠증권 요약
  대만 총통선거 후보별 주요 공약. 자료=대만 언론, 메리츠증권 요약

 ◇ 시진핑, "대만은 통일돼야 한다" 의지 확고히 밝혀...선거에 노골적으로 영향력 행사

 대만 TVBS 방송이 유권자 1074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실시해 29일 발표한 총통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집권 민진당 라이 후보가 37%의 지지율로 국민당 허우 후보(33%)에 4%포인트(p) 근소하게 앞서며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간 격차가 오차 범위이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합의'가 막판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라이칭더 총통 후보는 최근 연설을 통해 "공산당을 수용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한다는 입장인 국민당이 집권하면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친중 세력인 국민당은 1992년 반관반민 성격의 중국해협양안관계협회(이하 해협회)와 대만해협교류기금회(이하 해기회)가 합의한 92합의를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라이 후보는 "국민당이 전쟁과 평화'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으로 대만 유권자에게 겁을 주고 있다"며 각성을 촉구하고 있지만,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 후보는 대만 독립 시도는 중국의 무력 사용을 부를 것이라는 경고로 맞선다.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 좌담회에서 대만 통일을 강조한 시진핑 주석. 사진=신화사 연합뉴스캡처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 좌담회에서 대만 통일을 강조한 시진핑 주석. 사진=신화사 연합뉴스캡처

 두 후보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6일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대세, 대의, 민심의 방향"이라며 "조국은 반드시 통일돼야 하고 필연적으로 통일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새로운 시대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당의 계획을 견지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합의를 견지하며 양안 관계의 평화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며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어떤 사람, 어떤 방식도 단호히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친중후보 당선시 TSMC 등 대만 반도체산업에 큰 리스크...아시아 태평양 지역 안보에도 위협 가중

  집권당인 민주진보당이 연임된다면 중국은 대만 지역의 군사활동을 지금보다 더 강화하는 것은 물론, ECFA 관세특혜 중단 등 경제 제재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만 기업의 피해는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상무부는 2023년 4월 대만의 중국산 제품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무역장벽 조사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메리츠증권의 최설화 연구원은 "민주진보당 집권 시 양안의 자유무역협정인 ECFA 관세특혜를 폐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폐지되면 대만의 방직 기계 석유화학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만 정당별 특징과 미국 중국의 관계 분석. 자료=메리츠증권
  대만 정당별 특징과 미국 중국의 관계 분석. 자료=메리츠증권

 국민당 허우 후보가 당선되면 상황이 복잡해 진다.

 대만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 적 리스크는 현재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중국이 노골적으로 대만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홍콩을 진압하면서 보여 준 반민주적인 조치들에 대해 많은 대만인들이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게다가 대만이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도 반도체 칩 동맹의 핵심인 TSMC가 중국에 대한 첨단 칩 수출규제에 계속 동참할 것인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이슈에 관한 한 강경자세를 절대로 완화할 의도가 없기 때문이다. 

 대만의 안보가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큰 변수로 등장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시키려는 시도는 당분간 하지 않을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지만 대만 해협을 둘러깐 중국의 직 간접적인 군사 위협은 미국과 일본 등 자유진영쪽에선 아태지역 안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어 맞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고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대만을 통일시키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하고 미국은 대만의 정치 경제적 중요성 때문에 적극적인 방어에 나설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세계의 이목은 총통 선거이에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